2
부산메디클럽

[시론] 금융 '따분한 본업'에 충실하라 /제정임

무분별한 규제완화… 저축은행 사태 야기

서민금융 취지 맞게 영업범위 등 조정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27 20:48:4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현대적인 금융혁신이 이뤄지기 전, 대출자들은 단순한 세계에 살았다. 그들은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을 하고, 돈을 빌린 이들이 약속한 방식으로 돈을 쓰도록 하고, 그 돈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했다. 은행가들과 은행 일은 따분했다. 그들에게 돈을 맡긴 사람들이 원했던 게 바로 그런 것이었다. 보통 시민들이 어렵게 번 돈을 누군가가 가져가 그걸로 도박을 하는 걸 원치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찌감치 경고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최근 저서 '끝나지 않은 추락(Freefall)'에서 꺼낸 말이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이 완벽하니 규제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잘못됐음을 규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금융전문가들이 '혁신'이랍시고 만들어 낸 신상품과 현란한 거래기법들이 사실은 규제를 피해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한 편법들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인플레 잡은 중앙은행 총재'로 이름난 폴 볼커 백악관 경제고문이 "지난 수십 년간의 금융혁신 중 진짜 도움이 된 것은 현금자동지급기(ATM)밖에 없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스티글리츠는 파생상품, 헤지펀드, 투자은행 등으로 상징되는 '혁신'과 '모험'이 금융을 '따분한 본업'에서 벗어나 '통 큰 도박판'이 되게 함으로써 파국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등이 아직 덜 발달한 우리 사회는 이런 걱정을 '남의 일'로 들어도 될까. 그렇지 않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것처럼 서구 금융의 또 다른 실패와 위기는 우리에게도 가공할 위협이 될 것이다. 또 수준은 다르지만 '혁신'을 표방한 금융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우리 역시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들의 잇단 영업정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내 저축은행 105곳 중 8곳이 최근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한 배경에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분수에 넘친 모험투자'가 있었다. 원래 '상호신용금고'라는 소박한 이름으로 출발한 저축은행들이 금융규제완화의 시류를 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대박'을 좇다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이다. 2001년 당국이 저축은행의 예금보험 보장한도를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자 고금리를 노린 자금들이 '안심하고' 몰려들었다. 그러자 늘어난 예금으로 수익 낼 곳을 찾던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투자 바람을 타고 너도나도 PF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2005년말의 '8·8클럽정책'이 불을 질렀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고, 일정 기준의 부실여신 비율이 8% 미만인 '우량저축은행'에 대해서는 80억 원의 동일인 대출한도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준 것이다. 그래서 한 프로젝트에 1000억 원대를 대출한 '간 큰' 저축은행까지 나타났고, 이는 부동산 침체기에 돌이킬 수 없는 부실로 이어졌다.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유도한 정책도 문제였다. 이미 부실해진 저축은행을 퇴출시키는 대신 사정이 나은 다른 저축은행에 '지점을 더 늘려주겠다'는 등의 혜택을 붙여 떠안겨, 결과적으로 함께 망하게 만들었다. 특히 영업정지 당한 저축은행의 절반, 그리고 전체 저축은행의 20% 가량이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을 감사로 고용했다는 사실은 이 모든 과정에 감독당국의 유착과 비호 등 사적 이해가 작용하지 않았는지 강한 의심을 부른다.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와 함께 감독당국의 책임을 낱낱이 따져야 한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본령을 회복하도록 하는 일이다. 신용도가 낮은 개인들을 상대하는 서민금융은 당장 담보가 없고 형편이 어렵더라도 성실하고 유망한 대출자를 찾아내 기회를 주도록 '지역밀착영업'을 해야 한다. 고액자산가만 우대하는 프라이빗뱅킹(PB)과 달리 소액예금도 반갑고 소중하게 받아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위험한 '대박' 투자를 기웃거리는 대신 수익성과 안전성을 재는 '따분한 본업'에 충실하도록 대출한도와 영업범위 등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야채 팔고 닭 튀기며 힘들게 번 돈을 '금융 발전' 등 그럴싸한 구호 아래 '도박판 판돈'처럼 쓰게 놔둬선 안 될 일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2. 2‘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3. 3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4. 4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5. 5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6. 6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7. 7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8. 8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9. 9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10. 10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1. 1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2. 2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4> 김웅
  3. 3김미애, 백신 부작용 국가가 입증하는 법안 발의
  4. 4국힘 당권 ‘영남권 중진-수도권 신진’ 대결로
  5. 5문재인 대통령, 장관 후보 3명 청문보고서 재요청
  6. 6홍준표 복당 선언에…국힘 PK 초선들 찬반 팽팽
  7. 7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3.9%
  8. 8국힘 당권 레이스, 불 붙은 혁신경쟁
  9. 9문재인 대통령 "흠결 무안주기식 청문회" 장관후보 3인 임명강행 의지
  10. 10부산 여야정 상생협의체 구축 합의…초당적 협치 가속화
  1. 1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2. 2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3. 3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4. 4당감4구역·전포3구역에 주택 3766가구 공급
  5. 5떠오르는 사하 ‘대티역스마트W인공지능’ 특별분양
  6. 6해수부 석연찮은 감사 연장 비난 봇물
  7. 7저공해차 구매 실적 기장도시공단 150%, 동래구 0%
  8. 8스벅 ‘굿즈 이벤트’ 1회 주문 20잔으로 제한
  9. 9최준우 주금공 사장 “40년 청년 모기지 하반기 도입”
  10. 10“콘텐츠 외부 개방해 초연결 과학관 만들 것”
  1. 1‘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2. 2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3. 3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4. 4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5. 5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9> 동래구 ‘허그라운드’
  6. 6부산 남구청장 공약 ‘안심상가’, 임기 안에 달성하려 졸속 추진
  7. 7김해, 부울경 순환선 건설 맞춰 연계 교통망 구축 나선다
  8. 8부산대 등 10개 국립대, 학생지도비 94억 허위로 타내
  9. 9부산 코로나19 확산세 주춤 영국 변이 바이러스 2건 확인
  10. 10해상타워 줄여(6개→ 3개) 환경훼손 최소화…매출 3% 지역기부 계획도
  1. 1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2. 2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3. 3“선수 성장 집중…공격야구 펼칠 것”
  4. 4멀티골 황준호, 11라운드 MVP
  5. 5kt 허훈, 어린이 후원금·쌀 기부
  6. 6공격 본능 깨어난 아이파크…‘닥공’으로 부활하나
  7. 7웨스트브룩 ‘182번째 트리플더블’
  8. 8롯데 새 감독 래리 서튼은 누구?
  9. 9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후임 래리 서튼 감독
  10. 10“최강은 나야 나”…‘고교 월드컵’ 16일 개막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글로벌 마이스 도시 부산을 꿈꾸며 /오흥철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얀마의 봄
미·EU 백신 갈등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취임 한 달 박 시장, 이제부턴 과감한 실행력 보여야
지역 소상공인 오픈마켓 지원, 성공적 정착 기대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