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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고마워요, 석 선장 /고기화

자신 희생하며 발휘한 리더십…대한민국에 널리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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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이 마침내 깨어났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 지 한 달여 만이다. 삼호 주얼리호를 구출하기 위한 '아덴만의 여명작전' 중 몸에 4발의 총알을 맞은 석 선장은 그동안 생사를 넘나든 사투를 벌여왔다. 석 선장은 우리 해군의 작전을 돕기 위해 해적들의 총부리 앞에서도 배를 지그재그로 몰아 시간을 벌고, 엔진오일에 물을 타 배가 자주 멈추도록 하는가 하면 나포당한 배 내부의 해적 관련 정보를 최영함에 알렸다. 작전이 감행되는 순간, 그는 낌새를 알아챈 해적들에게 총탄을 맞고 쓰러졌지만, 그의 죽음을 무릅쓴 용기와 책임감은 23명의 선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석 선장의 쾌유를 간절히 염원한 것도 그의 이러한 희생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의식을 확연히 회복해 인터뷰에 응하며 환하게 웃는 석 선장의 모습은 그래서 고맙고 감사하다. "염려해 주신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며 "부산 사람 아닙니까. 회와 산낙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라고 말하는 석 선장의 투박한 억양마저 미쁘기만 하다.

석 선장이 극도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고비마다 기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자기희생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한 뒤 선원-항해사-선장에 이르기까지 40년의 세월을 '뱃사람'으로 살아오면서 누구보다도 오달진 소명의식을 보여왔다. 깨어난 후 "지휘관으로서 의무와 도리를 다한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도 듬쑥함이 느껴진다. 해운업계에서 그를 '최고의 마도로스'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말이야 쉽지만,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야 할 책임을 다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석 선장은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이다. 석 선장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건 역으로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찾기가 너무도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 회피가 만연하고,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을 좇아 다른 사람의 희생에 무임승차 하려는 저열한 리더십이 난무한다. 리더십의 위기, 리더십 부재의 시대다.

석 선장을 '영웅'으로 칭하는 것은 올바른 리더가 없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기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회적 책무로 무장해야 할 사회지도층이 자기희생은 고사하고,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처럼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완장질'이나 하려 든다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석 선장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기희생의 놀라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지난해 천안함 침몰 당시 한 명의 실종자라도 더 구하려고 노장의 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순국한 고 한주호 준위도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러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대원, 밤낮없이 구제역 방역에 매달리다 현장에서 쓰러진 공무원 등도 이들과 같은 '평범한 영웅'들이다. 지난해 10월 광산 붕괴로 33명의 광부가 69일 동안이나 지하에서 버티다 구조된 '칠레의 기적' 뒤에는 작업반장인 한 광부의 자기희생적 리더십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책임 있는 삶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재작년 미국의 강영우 박사가 청와대 참모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는 '섬김의 리더십'을 설파하면서 '실력, 인격, 헌신'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던 날, "국민 여러분을 섬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임기 4년째로 접어든 지금, '섬김의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아니, 애초에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리더를 배의 선장에 비유하는 건 선장이 배의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대한민국호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순간, '섬김의 리더십' 대한민국호와 '희생의 리더십' 삼호주얼리호가 오버랩 되는 이유는 뭘까.

생명이 움트는 이 계절, 석 선장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 사회에 정의의 정신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세상은 우직하지만 올곧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변화하고 발전한다. 석 선장과 같은 이가 많아져야 그나마 세상은 밝게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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