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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쟁력 신화 /오창호

카이스트 사태부터 '나는 가수다'까지 인간은 경쟁 속에 살아가는 동물인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27 20:35:4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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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최고의 수재들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의 연속 자살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이 특별히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아마도 한국사회에서 카이스트가 갖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잘 알다시피 카이스트는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과 국가적 중·장기 연구개발 및 국가 과학기술의 첨단화를 위하여 설립된 이공계 국립 특수대학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등록금을 내지 않으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최고의 교육여건 속에서 공부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일종의 과학계의 태릉선수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카이스트의 학생들은 과학 올림픽의 국가대표선수로 관리 육성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카이스트는 대한민국 엘리트 교육의 상징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두 개의 눈이 있다. 한편에서는 카이스트가 징벌적 등록금제를 통해 자율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과학영재로 성장해야 할 인재들을 눈앞의 학점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차피 경쟁이란 불가피한 만큼 세계 최고의 과학 인재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과도해 보이는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카이스트가 살벌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뒤처지면 끝이라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이 일상화된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경쟁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약한 요즘 청년들이 문제라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며 일리가 있다.

사실 경쟁과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라는 원리는 카이스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스포츠의 세계가 그러할 것이고, 경제의 세계, 정치의 세계, 연예인들의 세계가 그러할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는 그 날까지 경쟁과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일찍이 다윈은 생물은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진화해 왔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정말 인간은 경쟁을 숙명으로 안고 생존하기 위해서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경쟁에도 여러 종류의 경쟁이 있다. 경쟁을 설명하는 게임이론에 따르면 우선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의 이익과 손실을 합하면 영이 되는 영합 게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비영합 게임이 있다. 도박이나 권투와 같은 게임은 영합게임이고, 주식이나 마라톤 같은 게임은 비영합게임이다. 또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이 있는 반면, 반드시 패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를 부정하고 경쟁자들이 서로 협력하면 모두 승자가 되어 최대의 이익을 거둔다는 윈윈게임도 있다.

그런데 이들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게임도 있다.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책에는 코쿠스 게임이 등장하는데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원할 때 출발하고 또 마음대로 멈춘다. 공으로는 고슴도치가, 타구봉으로는 홍학이, 골대로는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병사들이 사용된다. 이 게임에는 정확한 규칙도 없고, 당연히 승자나 패자도 없다. 즉 이 게임에는 규칙이 미리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참가자들이 수를 둘 때마다 자신의 규칙을 발명해 나간다. 규칙에 의해 우연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수를 둘 때마다 우연적 요소를 새롭게 배분하기 때문에 기교와 우연도 구분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무의미한 게임이고 게임도 아니다.

게임은 대결 구도가 분명할수록, 그리고 그 성패의 결과가 극단적일수록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흥분하게 한다. 로마의 원형극장에서 이루어진 생사를 건 검투사들의 게임은 로마시민들을 열광케 하였다. 또 최근 모 방송국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참가자 중 한 사람은 반드시 탈락시킨다는 규칙으로 현역 가수들을 경쟁시킨 게임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치열한 경쟁과 그 결과로서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것만큼 드라마틱한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그것이 음악일까? 음악은 잘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한 음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음악이 그대로 좋은 것이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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