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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누가 풍자를 두려워하는가 /송문석

패러디 포스터에 벌금형 내린 법정

예술행위조차 심각하게 해석한 답답한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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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 11월 미국의 저명한 텔레비전 복음전도사인 제리 폴웰 목사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래리 플린트가 만든 허슬러 11월호에는 '제리 폴웰이 고백하는 첫 경험'이라는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아래 얼굴사진과 함께 가상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술을 마시고 근친상간을 일삼는 타락한 목사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캄파리라는 술 광고를 패러디한 이 광고 밑에는 작은 글씨로 '광고 패러디입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폴웰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폴웰 대 플린트, 허슬러 잡지, 플린트 출판'이라는 이름이 붙은 재판은 치열한 공방속에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졌다. 1988년 2월 24일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렸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작성했다. "흠잡을 데 없는 경력과 순수한 인격을 과시하는 사람은 그를 반대하는 사람이나 부지런한 기자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고 한다고 해서 '반칙'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공적 인물일 때는 동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플린트 같은 '천박한 포르노 업자'의 '몰상식한 패러디' 조차도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명시하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판결이었다. 오늘 한 명의 자유를 억압하면 미래에 모두의 자유가 억압당할 수도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는 대법관들의 심오한 역사의식도 판결문에 스며 있었다.

# 지난해 10월 31일 심야에 서울 도심에 설치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포스터 22개에 도안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쥐를 그려넣은 대학강사가 공용물건 손상죄로 법원에서 며칠 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G와 쥐가 발음이 비슷하고, 최고권력자의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쥐를 그려넣었을 것이다. 작가는 "정부의 행사 홍보방식에 대한 반대의견을 예술행위로 제시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쥐가 아니라 양이나 토끼를 그려넣었어도 검찰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행위"라는 어마어마한 죄를 씌우려 했을까. 또 악어나 펭귄을 쥐 대신 그려넣었더라도 재판부는 "예술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공중도덕을 침해할 경우까지 무제한적으로 보장받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을까. 그런데 '명예가 훼손된 타인'은 누구인가. 모두가 뻔히 아는 이름을 두고 '타인'으로 지칭하며 방망이를 두드린 판사가 가엽다.

# 1830년 프랑스 정치풍자 잡지 '카리카튀르'에 네칸만화가 실렸다. 프랑스 왕인 루이 필리프의 얼굴이 점점 배로 변하는 그림이다. 작가는 샤를 필리퐁이라는 석판화가였다. 만화 제목은 'La Poire(라 프와르)'. 배라는 뜻도 있지만 얼굴 혹은 바보 얼간이라는 말도 된다. 루이 필리프는 대혁명 당시에는 '평등한 자의 아들'로 불리다가 7월혁명 때는 '시민의 왕', 2월혁명 때는 도시빈민 노동자로부터 '늙은 독재자' 불린 인물이다. 그는 부르조아 부자들만 편애했다고 한다. 격노한 왕은 가판대의 잡지를 모두 사들이라고 명령했다. 필리퐁은 '왕의 인격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그래도 그는 왕과 검찰을 조롱했다. "배 그림이 죄가 된다면 정부는 배 모양으로 생긴 모든 것을 체포해야 한다. 프랑스에는 수천 그루의 배나무가 있으니, 거기서 열리는 열매를 모두 투옥해야 마땅하다." 필리퐁은 징역 6월형을 받고 투옥됐다.

# 쥐그림 포스터에 대한 법원의 판결 이후 젊은이들의 2차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포스터 문구를 패러디해 '세계가 4대강 참사를 주목합니다' '녹색평론반이 고리 원전을 주목합니다' 등의 문장을 넣은 '쥐벽티'(쥐벽서 티셔츠)를 제작, 판매해 대학강사의 벌금을 대신 물어주자는 운동이다. 180년 전 프랑스는 어땠을까. 필리퐁이 구속된 이후 파리에는 그림 조각품 장난감 등이 배 모양으로 만들어져 불티나게 팔렸단다. 그리고 루이 필리프는 2월혁명 때 왕위에서 쫓겨났다. 그래서 그가 역사에 최종적으로 남긴 이름은 '프랑스의 마지막 왕'이다. 풍자를 두려워하는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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