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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젊은 피'에서 '쇄신풍'까지 /고기화

정략적 쇄신론, 여야막론 금물…제대로된 노선투쟁 국민이 알아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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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래 왔듯이 우리 정치판에 또 한 번의 '쇄신풍'이 불고 있다. 4·27 재보선 결과로 촉발된 한나라당발 쇄신 바람이 정치권 전반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으레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명분은 당 개혁이고, 그 중심에는 젊은 소장파가 있다. 아마도 정치권의 쇄신 논쟁은 내년 19대 총선에 나설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정치권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겠다는데 토를 달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미덥지는 않다. 정치권이 지겹도록 '쇄신'을 외쳐왔지만,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곤 김대중 대통령이 제기한 '젊은 피 수혈론'이 대세였다. 이른바 386세대가 부패한 정치권을 개혁할 주체 세력으로 부상하던 시절이었다. 나름대로 명분과 열정이 있었음에도, 보스정치 하에서의 새 피 수혈은 여러 부작용을 낳으면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경험과 경륜이 부족함에도 부단한 자기변화가 없었던 탓이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론'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원희룡·남경필 의원이 '60대 용퇴론'을,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5·6공 인사 청산론'을 들고 나왔다. 당시 이들은 한나라당 소장파 3인방으로 불렸다. 낡은 정치와 기득권의 벽을 타파하자는 주장이었지만, 자기 모순적 상황을 연출하면서 정치발전과 정치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공천 물갈이론'은 2008년 총선에서도 재연됐다. 이때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야의 상황이 바뀌었다. 한나라당 친이 주류세력이 '공천 혁명'을 내세우며 대폭 물갈이를 했지만, 친박 쪽에선 '공천 학살'로 받아들이며 반발했다. 직전 대선에서 참패한 야당(통합신당→통합민주당)도 인적 청산 논란에 휩싸이긴 마찬가지였다.

수혈론, 용퇴론, 물갈이론 등의 본질은 다름 아닌 세대교체다.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쇄신풍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나라당의 '젊은 대표론'이 이를 웅변한다. 소장파들이 당 개혁의 깃발을 내걸었지만, '찻잔 속의 미풍'이 그칠 수도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숱한 몸부림에도 한나라당의 체질이 변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기득권과 기회주의적 쇄신에 안주해 온 결과다. 이번 쇄신풍도 '선거용 보약'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주류로 부상한 '새로운 한나라'당 소장파들에 거는 기대도 있다.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중도 개혁과 보수 혁신의 기치는 올바르다고 판단된다. '보수 강화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좌 클릭', '민주당 따라 하기'라고 비판하지만, 이념 투쟁이 아닌 가치 쇄신 투쟁이란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만하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과의 경쟁을 촉발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추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세와 민심에 편승해 정치적 입지를 선점하려는 정략적 쇄신론은 여야를 막론하고 금물이다. 오로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겨냥한 권력 싸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또다시 실패로 귀결될 건 뻔하다. 따라서 이왕 노선투쟁을 할 거면 제대로 치열하게 하라. 효용성이 떨어진 '젊은 피'가 아닌 '깨끗한 피'로 경쟁을 하라. 약삭빠르고 계산된 행동이 아닌, 진정으로 정치판을 바꾼다는 각오로 몸을 던져야 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가수들이 혼신을 다해 경연을 펼치듯 열정과 헌신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은 감동할 것이다.

무릇 정치는 머리와 입이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 하라고 했다. 쇄신은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시대정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알량한 기득권이나 지키려 한다면 쇄신이란 단어조차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 남 탓만 하거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건 국민만 더 피곤케 할 뿐이다.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포장한들 본질이 바뀌겠는가. 모름지기 지도자가 되려면 자신에겐 추상(秋霜)같아야 한다. 쇄신을 가장한 기회주의 정치인이라면 지도자를 꿈꿔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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