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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욕망 기계 /오창호

돈에 대한 탐욕으로 불나방처럼 '도박', 힘의 논리로 희생양 찾기 경계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07 21:04:3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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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돈을 아름다운 꽃이라고 했는가?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돈 보기를 돌보듯 해야만 가능한 경지다. 돈이 아름다운 꽃으로만 보인다면 그것은 사람을 치명적인 파멸로 유혹하는 악마의 꽃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악마의 꽃의 아름다움에 유혹당하여 불나방처럼 삶을 끝내었던가! 돈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일 때이다. 그 때에는 돈을 주는 사람에게도 또 돈을 받는 사람에게도 돈이 아름답다. 그러나 현실은 돈이 돈을 낳기를 바라는 탐욕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고, 이러한 돈에 대한 탐욕이 온갖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돈이 돈을 낳는 공장,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은행이라고 한다. 은행에서는 신기하게도 돈을 일정 기간 맡겨 놓았을 뿐인데도 그것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라도 되는 양 성장해서 돌아온다. 그런데 은행에서 돈이 성장하는 데에도 법칙이 있다. 즉 위험이 클수록 성장폭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빨리 돈을 불리려면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이것이 순수한 도박이라면 차라리 낫다. 돈을 벌든 돈을 잃든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돈을 잃었다면 단지 운이 따르지 못했을 뿐이다. 실패한 도박판은 사라지고 성공한 도박판은 성장할 것이다. 이번에는 돈을 잃었지만 다음번에는 돈을 벌 수도 있다. 도박이 여러 번 반복되면 결국 확률의 법칙에 따라 평균에 근접할 것이다.

그런데 은행이라는 도박은 순수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 도박의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가 걸린 은행도박판을 무시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 도박판을 이용해서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유권자 도박인들의 요구를 살피면서 판을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도박의 규칙을 이리저리 변경하기도 한다.

또한 이 도박판은 복잡한 중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수평적으로는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도박판들이 존재하고 수직적으로는 통제와 지시가 이루어지는 위계적 도박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수평적 구조와 수직적 구조를 가로지르면서 여러 판들을 생태계적으로 연결하는, 때로는 착취하고 때로는 공생하는 복잡한 관계망이 존재한다. 이 복잡한 관계망을 통해서 욕망이 흐른다.

여기에 욕망의 주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은행이라는 욕망 생산의 기계가 있을 뿐이다. 무자비하게 다가오는 탱크처럼 은행기계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는 복종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약속할 때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 살리기를 제일의 국정지표로 삼은 대통령이 감독과 정책 기능을 통합한 효율적 금융감독위원회를 갖고 싶은 유혹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 권력의 막강한 실력자인 금감원 직원이 퇴직 후에 금융기관 감사로 들어가 천문학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이를 외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기계는 마치 중력처럼 인간을 끌어 들인다.

이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기계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한 우리는 이 사태와 관련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금리가 높다는 유혹에 넘어간 예금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분식회계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각종 불법을 저지른 저축은행의 경영진과 저축은행의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금융감독원, 경기를 부양한다고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일원화시켜 감독부실을 가져온 현 정부, 그리고 서민금융을 활성화한다고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운 전 정부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정부를 택한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때 사람들은 공평하게 부담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공평하다는 것은 명분일 뿐 현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힘의 논리에 의해 책임의 정도가 정해질 때, 가장 무거운 책임을 담당하는 사람을 우리는 희생자라고 부른다. 기계는 바로 이러한 희생자를 제물로 삼으면서 전진한다. 살아 있는 자는 그들의 희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애써 잊으려 한다. 우리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욕망 기계의 모습을 본다. 슬프지만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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