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저축은행 사태가 주는 교훈 /조준현

자신의 배 불리려 도덕적 해이 저질러…이번 일 반면교사로 금산분리 필히 유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27 21:15:51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성경'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은유로 되어 있다. 가령 '달란트의 비유'도 그런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이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세 명의 종을 불러 각각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주었다. 주인이 돌아와 보니 5달란트와 2달란트를 받은 종은 열심히 장사를 해 그 돈을 두 배로 불려 놓았다. 그러나 1달란트를 받은 종은 그 돈을 땅에 묻어 놓았다가 주인에게 내놓았다. 주인은 크게 화를 내면서 그 1달란트마저 빼앗아 다른 종들에게 줘 버렸다. 나는 이 이야기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기도 한다. 바로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그러나 모든 주주들이 직접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개는 전문경영인이 주주들을 대신해서 경영을 맡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 주주와 전문경영인의 이해관계가 같은가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부른다. 가령 전문경영인이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한 가지는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되지만 자신에게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 선택이고, 다른 한 가지는 반대로 주주들에게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지만 자신에게는 큰 이익이 된다면 과연 전문경영인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리인의 마땅한 도리로 말한다면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주인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옳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주들은 전문경영인만큼 경영상의 여러 가지 복잡한 내용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서 대리인이 주인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바로 도덕적 해이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바로 외환위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원인을 꼭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많은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마구잡이로 해외에서 빚을 낸 것이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바로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다는 뜻이다. 살다 보면 개인도 실수를 할 때가 많다. 다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고 반성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개인도 그러한데 한 나라, 한 사회가 그래야 하는 것은 더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난 외환위기로부터 전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가, 얻었다손 치더라도 이미 잊어 버린 듯싶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를 온통 들끓게 만든 사건은 바로 저축은행 사태이다. 저축은행의 주인은 예금주들이고 경영진은 대리인이다. 그런데 이번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몇몇 저축은행들을 보면 예금주들이 맡긴 돈을 자기 금고처럼 마구잡이로 사용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동안 감독기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또 알고 보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심지어 감사원의 고위간부라는 사람들까지 저축은행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 주었다고 한다. 눈감아 준 정도가 아니라 부실 저축은행들을 감사하지 말라는 청탁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감독기관들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을 대리해서 저축은행들을 감독해야 할 대리인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자기 할 일을 내팽개친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금산분리'의 문제이다. 금산분리란 재벌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우리 은행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하고, 그래서 재벌들이 은행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다. 은행의 주인은 당연히 예금주들이다. 그런데 만약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고서 경영진의 임면권을 손에 쥐게 된다면, 과연 그 은행의 경영진들은 주인인 예금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할까, 재벌의 이익을 위해서 일할까? 지금도 재벌 소유의 보험회사 등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고객들에게는 그 이익을 한 푼도 돌려 주려 하지 않는 마당에, 재벌이 은행을 소유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는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실수로부터 어렵게 얻은 교훈을 버리지 말자.

참사회경제연구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치 문서 달라, 결재시간 적어라” 도 넘은 민원 갑질에 제동 걸었다
  2. 2“청년백수들 직접 사업 해보시라” 회사 통째 맡긴 부산 동구
  3. 3에코델타 동맥…교통개선·철새보호 지혜 모아야
  4. 4국도 5호선 거제 연초~통영 도남 연장 가시화
  5. 5실내스키장 철거 유원지 추진…시민공감이 관건
  6. 6부산부동산특위서 빠진 공무원 “박형준 의도적 교체” 공개 반발
  7. 7[뉴스 분석] 해경 폐쇄적 조직문화…집안 단속 않아 기강해이 키웠다
  8. 8김종원 부산도시공사 사장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 표명
  9. 9균형발전 외친 문재인 대통령 4년, 비수도권 비명 더 커졌다
  10. 10착한 분양가·브랜드·비규제…양산에 흥행 3박자 갖춘 아파트 온다
  1. 1부산부동산특위서 빠진 공무원 “박형준 의도적 교체” 공개 반발
  2. 2이한동 전 총리 별세…여야 조문 행렬
  3. 3문재인 대통령 10일 특별연설…코로나 경제 청사진 언급 전망
  4. 4영남 잠룡들 기지개…대선 판 움직일까
  5. 5야당 ‘임노박’ 거부, 김부겸 의혹 확산…문재인 대통령 마지막 1년 시험대
  6. 6이낙연, 광주 찍고 부산으로…영호남 쌍끌이 세몰이
  7. 7부산시정 홍보도 쌍방향으로
  8. 8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대한민국 운명 좌우한다 자세로 최선다하겠다”
  9. 9부산시가 '시다바리'? 박형준, 시정질문 데뷔전
  10. 10가덕신공항 이슈 사라진 김부겸 총리 후보 청문회…착공 늦어질라
  1. 1에코델타 동맥…교통개선·철새보호 지혜 모아야
  2. 2김종원 부산도시공사 사장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 표명
  3. 3균형발전 외친 문재인 대통령 4년, 비수도권 비명 더 커졌다
  4. 4착한 분양가·브랜드·비규제…양산에 흥행 3박자 갖춘 아파트 온다
  5. 5북항감사 어떤 결과든 후폭풍…해수부 퇴로찾기 난항
  6. 6당정, 무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60%까지 상향 검토
  7. 7부산시 청년취업사업 18개인데…대학생 87% “지원 못 누려”
  8. 8[브리핑] 동성화인텍 LNG연료탱크 수주
  9. 9창원 상장사 분석 ‘제조업가치지수’ 첫 발표
  10. 10쌀값 오르자 막걸리값 인상
  1. 1“1년 치 문서 달라, 결재시간 적어라” 도 넘은 민원 갑질에 제동 걸었다
  2. 2“청년백수들 직접 사업 해보시라” 회사 통째 맡긴 부산 동구
  3. 3국도 5호선 거제 연초~통영 도남 연장 가시화
  4. 4실내스키장 철거 유원지 추진…시민공감이 관건
  5. 5[뉴스 분석] 해경 폐쇄적 조직문화…집안 단속 않아 기강해이 키웠다
  6. 6취임 한 달 박형준 시장 ‘잘한다’…광역자치단체장 평가 4위
  7. 7BRT공사로 옮겨심은 70살 느티나무, 1년6개월 만에 끝내 고사…10일 제거
  8. 8청년과, 나누다 2 <7> 김동우 사진작가
  9. 9부산 서구청장, 구보에 개인의혹 문제 게재 논란
  10. 10부산 코로나검사 ‘별도 진료비’ 무료화 효과
  1. 1선두와 막상막하…봄잠 깬 거인 달라졌네
  2. 2손흥민 EPL 17호 골 맛…전설 ‘차붐’과 어깨
  3. 3코로나가 앗아간 레슬링 올림픽 출전권
  4. 4아이파크 월요일 야간경기 기대되네
  5. 5양현종 3⅓이닝 8K…빅리그 짧고 굵은 선발 데뷔 ‘굿’
  6. 6조상현, 남자농구 국대 새 사령탑
  7. 7여자컬링 ‘팀 킴’ 연장 접전 끝 한일전 승리
  8. 8'고수를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칼 든 상대 제압할 땐 손목을 노려라”
  9. 99년 만에 UCL 결승 오른 첼시…“맨시티 한 판 붙자”
  10. 10토트넘서 쫓겨난 모리뉴, 보름 만에 재취업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윤영석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신경제 ‘3不’ 해결로 구조적 불균형 해소 /허현도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두꺼비를 부탁해
애프터눈 티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부산 공직자부동산특위, 조사 의지 있기는 한 건가
심상찮은 물가 상승세…인플레 우려 선제 대응 나서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