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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검·경 갈등, 또 다른 시선 /박희봉

기관의 독립성은 선진화 디딤돌, 수평적 균형이 민주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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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능진. 한국 경찰의 역사를 말하면서 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4형제가 모두 독립운동가였다. 최능진은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경찰에 투신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미국 유학시절 안창호 선생을 만나 흥사단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그는 이승만 정권에 맞서다 내란 혐의로 총살당했다. 그의 억울한 죽음은 61년 만인 2009년에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의해 명예를 되찾았다.

해방 이후 건국준비위원회 평남지부 치안부장을 맡았던 그는 소련군의 진주로 서울로 내려와 경찰에 투신한다. 경무부 수사국장이 된 그는 친일 경찰 청산에 온몸을 내던졌다. 이런 노선은 경찰 책임자였던 경무부장과의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다. 당시 경무부장은 그 유명한 조병옥 박사. 그 역시 아버지, 형제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흥사단의 일원으로 비슷한 길을 걸었던 조병옥과 최능진. 두 사람은 해방공간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최능진은 식민지 시절부터 독립운동을 분열시키는 이승만 박사에 대해 반대했다. 경찰 시절엔 친일 경찰 청산으로 반목했고 이후 정치 일선에 나서 단독정부 수립에도 반대활동을 했다. 이승만 박사가 출마한 동대문 갑구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방해공작으로 후보등록이 무효화됐다. 이승만 정권 출범 후에는 국방경비대 사건 등으로 총살형을 받고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조병옥과 최능진, 두 거목의 대립은 비극적 역사의 씨앗이었다. 조병옥 박사는 이승만 정권 옹립과 친일 경찰 포용이라는 현실주의 노선을 택했고, 최능진은 통일국가, 친일 청산이라는 이상적 세계관에 몸을 바쳤다. 역사에 만약이 있겠느냐만은 두 사람이 협력했더라면 경찰의 역사와 한국의 현대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미 군정 초기 경찰간부의 80% 이상이 일제 경찰 출신이라고 한다. 이런 뿌리는 과거사 청산이나 공산당 조작사건, 민주인사 탄압의 근원으로 작용했으니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해방과 더불어 경찰이 출범했으니 올해로 66년이 됐다. 짧지 않은 연륜에도 발전이 더뎠던 것은 이런 원죄 의식이 조직을 짓눌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경찰 조직이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승격된 것은 불과 20년 전. 외청으로 '독립'했지만 실질적인 경찰권의 독립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에 벌어진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감 없이 보여 주었다.

수사권 갈등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은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은 국회가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온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말할 것도 없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관건이다. 검찰 스스로 법과 사회 정의에 근거해 검찰권을 행사한다면 정치검찰 시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독립성은 보장하지 않은 채 중수부를 폐지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

같은 관점에서 경찰권 역시 독립되는 게 사회 발전단계 상 바람직하다. 나이가 벌써 66세나 됐는데 미숙아가 아닌 바에야 독립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내사를 포함하느냐 마느냐, 수사권의 세부적 내용을 법무부령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걸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수사의 개시와 진행, 종결권은 양 기관 간의 민감한 사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권과 경찰권을 모두 독립시키는 게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면 이런 문제들은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양자가 독립한다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가진 바에야 수사의 진행과 종결은 검사의 지휘를 거쳐야 한다. 그러니 경찰이 수사권의 일부를 갖는다 하여 검찰이 조바심낼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검찰은 검찰권의 독립에 힘을 모으는 게 마땅하지 않나 싶다.

나라가 선진화되려면 경제만으로는 필요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 모든 권력 기관은 독립성을 갖추되 상호 견제가 있어야 균형을 찾게 된다. 민주화와 선진화는 수평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갖가지 정치 스캔들에서 보듯 수직적 구조는 부패와 혼란의 근원이었다. 대통령령을 갖고 양 기관이 또다시 마찰을 빚기보다는 스스로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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