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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대강 사업 찬동 인명사전' /이만열

조상대대 금수강산 망가트린 4대강사업, 찬동 인사 이름 남겨 역사에 책임지워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9 20:57:2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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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장마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 거칠어지면서 '4대강 사업 찬성 인명사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인사들이 "4대강 사업의 망국적 폐해와 비리 등을 파헤치기 위해" 4대강 사업에 찬동한 인사들의 명단을 사전으로 만들어 역사에 남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인과 영혼을 팔면서 안일을 추구했던 전문가, 공직자 및 사회인사, 언론인들의 낯 뜨거운 기록이 담겨질 것이며, 그것으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전이 '친일 인명사전'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 동안 4대강 사업을 열창하던 보수언론들이 최근 꼬리를 내리는 것이나, 한국수자원학회가 4대강 내부 보고서를 슬며시 흘린 것은 정권교체에 대비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인명사전이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인명사전' 때문이다. 수록 인사 중 생존자가 많지 않다. 그러나 선대(先代)가 '친일'한 덕분에 후손까지도 온갖 혜택을 누려온 이들이 조상의 이름이 등재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후손들의 명예 때문이다. 지금도 그 사전에 시비를 거는 것이나 법적 소송으로 괴롭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대의 친일 인명사전 등재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남겨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친일파' 못지 않게 예민한 단어는 '빨갱이'다. '친일 인명사전'에 위협을 느껴 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듯, 친북(親北)좌파니 종북(從北)주의자라는 용어를 생산하고 이들의 명단을 '친북 인명사전'으로 묶겠다는 이들이 있다. 자칭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우파단체가 "친북 반국가행위자 명단을 수록하여 편찬한 사전"이란다. 그들이 2010년 3월 초 '친북 반국가 행위자'로 발표한 100명은 남북문제에서 진보적 인사들을 망라해 놓고 있다는 인상이다. 한편 한 인터넷 사이트가 '친북 인명사전'에 들어가야 할 진짜 '빨갱이'들로 거물급 군면제자들을 지목한 것은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왜 그랬을까.    

'4대강 사업 찬동 인명사전'은 그 발상만으로도 우리 세대의 예리한 역사의식을 읽을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역사에 고발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조상대대의 금수강산을 허물어뜨리고 후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이런 중대한 사안은, 그 결과에 관계 없이, 추진세력을 분명히 기록해 역사에 무한책임을 지우게 하자는 것이다. 4대강 사업찬동자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4대강 사업이 그들의 말대로 강을 살리고 강주변을 낙토로 만드는 것이라면, '4대강 찬동 인명사전'은 자신들을 심판대에 올려놓는 대신 반대로 '민족사적' 업적을 홍보하는 기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4대강 사업 찬동 인명사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족적 쟁점 사안들도 인명사전을 만들어 각종 선거와 역사적 심판에 활용토록 했으면 한다. 1999년에 효력을 발생한 한일 신어업협정 같은 것도 그렇다. 당시 일본의 독도 기점과 한국의 울릉도 기점이 뒷날 영토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학계의 끈질긴 비판은 영토주권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강변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금 독도문제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때 강변했던 관료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최근에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과거 학교재산을 빼돌리고 임용비리 등의 부정부패로 쫓겨난 옛 비리재단을 복귀시키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그렇다. 친일재산 환수재판과 관련, 국민의 역사 및 법 감정과는 너무 동떨어지게 판결, 친일파의 손을 들어준 법조인도 역사의 도마 위에 올려져야 할 것이다.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단다. 이는 공인들이 역사 앞에 자기 이름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과 같다. 공인이란 한 시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역사 앞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역사에 남겨진 빛난 이름들은 정권적 차원을 넘어 자기 시대를 정직하게 살아간 증거다. MB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역사의 도마 위에 올려질 이름이 벌써 거론되는 것은 왜 그럴까. 그래서 참여정권은 문서기안 단계에서부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그렇게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것일까.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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