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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석패율 제도에 관한 단상 /차재권

민주적 대표성 강화, 지역주의 완화 명분…여야 일방적 야합땐 또다른 정치적 상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0 20:25: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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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선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앙선관위와 여야 주요정당이 석패율 제도의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그들이 내놓는 제도개선의 명분은 분명하다. 지역주의의 병폐에 시달려 왔던 우리의 정치풍토를 석패율 제도를 도입해 쇄신하자는 것이다. 18대 총선에서 영남 지역구 67곳 가운데 비한나라당 의원이 고작 7명이고, 호남의 경우 31곳 지역구 전체가 민주당에 돌아갔으니 지역주의의 병폐가 심각함은 불문가지이다. 석패율 제도가 그런 지역주의의 병폐를 고칠 수 있는 처방의 일종이라니 기대가 크다. 선거제도를 바꾼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님은 잘 알고 있으나 왠지 이번만큼은 상황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 영호남지역에서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두 거대 정당의 정치적 소망이 맞닿아 참으로 오랜만에 여야 전격 합의로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석패율 제도란 지역구선거에서 높은 득표율로 선전하였음에도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해 당선시키자는 제도이다. 일본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변종이다. 일본의 경우 1994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자민당 일당 독점체제를 허물어 정치세력의 다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 경험적 적용 사례가 적은 만큼 석패율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쟁 또한 만만치 않다. 석패율제도를 적극 도입하자는 측에서는 지역주의 완화 효과와 사표방지를 통한 민주적 대표성 강화,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주요한 제도 효과로 들고 있다. 반면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제도 도입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과 군소정당의 정치적 입지 약화 가능성 및 비례대표 기능의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완벽할 순 없다. 특히 선거제도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의 셈법에 따라 찬반이 팽팽히 대립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제도였지만 현실에 적용되었을 때 많은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저 하나의 제도적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석패율 제도 또한 이런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석패율 제도에 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먼저, 우리 정치현실에서 비례대표 정수 조정 문제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석패율제도가 도입된다면 현재와 같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경우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늘이거나 지역구 의석을 그대로 유지한 채 비례대표 의석을 늘이는 방향으로 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자면 기성 정치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비례대표 의석만을 늘이자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 국민정서의 벽에 부딪치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다음으로,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본이 석패율 제도를 통해 자민당 일당 독점구도를 깼다고 해서 유사한 효과가 그대로 우리에게 나타나리라 믿는 것은 큰 오산이다. 1994년 석패율 제도 도입 당시 일본의 정치 현실과 지금 우리가 당면한 정치 현실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일본이 자민당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정치적 균형을 상실한 상황이었다면 우리의 경우에는 두 거대 정당 간 치열한 경쟁으로 군소정당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된 상황이란 점에서 다르다. 석패율 제도가 정치신인이나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을 돕기보다 기성의 유력 정치인이나 여야 주요정당의 의회 진출을 도울 가능성이 커진다면 굳이 어렵사리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석패율 제도가 지역주의 선거 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것이란 전망에 토를 달 순 없겠지만 그 효과를 과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러 학자들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된 제도 효과가 과연 제도 도입에 따른 여러 가지 혼란과 잡음을 감내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석패율 제도의 도입이 주요 정치세력 간 야합의 산물로 우리 정치에 또 다른 상흔을 남기는 일이 없도록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제도 도입에 임해야 할 것이다.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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