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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서민, 그 고달픈 이름 /조경근

서민 살리는 게 한국 살리는 것…그들 삶의 질 향상, 최우선 과제돼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4 20:07:3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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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통계청은 50대 여성 고용률이 59.3%라고 발표했다. 이들 50대 고령 여성들은 대부분이 저임금 노동시장에 편입되었다. 자녀 학비나 가계 소득 충당이 취업 사유다. 은퇴 후 재취업 확대라는 긍정적 현상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고통을 보여주는 통계 같아서 씁쓸하고 안타깝다.

서민에 대한 학술적 정의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서민이란 평생을 노동으로 보내도 노후가 보장되지 않고, 열심히 일했음에도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 없는 구성원,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의 절대다수 구성원을 일컫는다. 취직을 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일을 한다. 기업들은 인건비 절약을 이윤 확대의 주된 방법으로 삼고, 그러다 보니 이전에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다 떠맡고 있다. 칼퇴근은 꿈같은 얘기고 공휴일도 반납하기 일쑤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어도 은퇴 후, 손에 쥔 돈은 사람 구실하기에 태부족이다. 평생 동안 일하면서 번 돈은 사실상 사회가 굴러가게 하는 데 다 바친 것이다. 받은 월급으로 먹는 것, 입는 것, 집 장만, 약간의 여가와 문화생활, 그리고 아이들 학비와 결혼시키기를 하면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사업체에 다 갖다 바친 것이다. 버는 족족 사회에 갖다 바쳐서 경제를 돌리는 역할만 하고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는 이들, 즉 인생의 끄트머리에 서서 보니 호구지책이 전부였던 우리들이 바로 서민이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50대 말에 정년해도 평균수명 70대말, 80대초까지는 웬만큼 버텨낼 수 있다는 계산을 했었다. 그런 그들 앞에 와 있는 현실은 취업 당시 예상했던 퇴직금이 인플레와 상관없이 반 토막이 나있는 것과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것이라는 당황스러운 소식이다. 장수할 것이라는 낭보가 무겁고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서민이다.

서민의 고통은 문화적 이중성 때문에 가중된다. 한 축은 전통적 사고의 지속이다. 자식들이 독립할 때까지는 부모가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성세대의 여전한 생각이다. 다른 한 축은 서구적 사고의 보편화다. 은퇴 후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식을 지원은 하되, 도움은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이중성에 끼인 것이다. 그래서 자식 돌보느라 변변한 보험조차 들지 못하고 웬만한 증세에는 병원 가기를 미루다가 덜컥 암 선고 같은 변고를 당하는 것 또한 서민들이다.

서민을 살리는 것은 한국을 살리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정부가 잘 해야 한다. 연령별 인구 분포와 산업이 요구하는 학력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인력의 교육, 배치, 재교육, 재배치를 기획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은 서민에게 고통만 더할 뿐이다. 성장에 따른 분배도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현실에 맞는 연구가 필요하다. 유럽, 미국, 일본의 성공과 실패를 잘 살펴서 지속가능한 분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그런 정책을 만들면 포퓰리즘의 대중선동이 틈을 탈 수가 없다.

기업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업인들이 자신의 수고만 생각한다면 근시안에 비도덕적이다. 다른 사람 잘 때 자지 않고 많은 실패 끝에 사업을 일구었으며, 지금도 기업을 운영하느라 늘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근본적으로 서민들의 수고와 소비 위에서 생존한다. 어떤 기업은 외국법인이라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려는 기업일수록 이윤을 사회와 나누려 하지 않는 기업이 어떤 존재의 의미를 갖는지, 또한 민족애를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시민의식이 높아질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충실한 기업이 존경받고 지속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회 속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인한다. 그러나 계급이라는 개념 속에서 마르크스가 개선시키려고 했던 서민들 삶의 아픔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의 한국이 가장 고민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경성대 교수·부산시민사회환경연합 상임대표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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