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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패권(覇權)의 역사 /이재호

세계 주도권 놓고 美·中 다툼 속 北과 과감한 화해…미래 대비책 될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4 20:09: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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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힘으로 인을 가장하는 것이 패도다. 패를 칭하려면 반드시 큰 나라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덕으로 인을 행하는 것이 왕도다. 왕도를 펴는 데는 큰 나라여야 할 것은 없다"라고 하였다. 맹자가 패도와 왕도를 명확히 구별한 이후 유교에서는 왕도 정치가 정치의 근본이 되었다.

중국 춘추시대에 제의 환공, 진의 문공 등 춘추5패(春秋五覇)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었다. 5패의 특징은 타국을 병합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을 인정하면서 외교와 군사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고조 이후 중앙집권적 통일국가가 중국 역대 왕조의 목표가 되었고 패권은 왕도정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고대 유럽 최초의 패권국은 로마였다. 로마제국 멸망 후 17세기의 엘리자베스 여왕 치세 시 영국이 유럽의 패권국으로 등장하였다. 18세기에 이르러 영국은 세계의 실질적 패권국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시까지 대영제국의 패권은 지속되었다.

미국이 세계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였으나 세계의 패권국으로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건국 이래 고립주의를 견지해온 미국이 유럽의 정치에 관여한 것은 자신의 의사라기보다 영국의 강권 때문이었다. 세계를 공산화하려는 소련의 공세에 맞서 서유럽국가들과 미국이 나토(NATO)를 결성하고, 소련은 바르샤바 조약으로 나토에 대항하였다. 이것이 냉전의 시대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체결하여 아시아대륙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정부의 요구 때문이었다.

1990년대 소련의 몰락 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 되었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각종 연구소에서도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예언하고 있다.

패권국이 되려면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 기술력, 국가적 매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요소에서 미국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는 중국이 곧 패권국이 된다는 미국의 호들갑은 쫓기는 자의 초조감과 가상적국을 만들어야 하는 미국의 국내적 필요성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대결관계가 아니라 협조적인 공생관계이다. 중국의 계속적인 생존과 성장은 미국에 대한 값싼 수출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것을 "중국이 미국에게 싸구려 유해상품을 주면 미국은 중국에게 아무 가치 없는 휴짓조각을 주는 공생관계"로 표현하였다. 가치 없는 종잇조각은 미국의 국채를 뜻한다. 중국은 수출로 번 돈으로 1조 달러의 미국국채를 사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게 빚을 갚으라고 하면 미국이 달러화를 찍어내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되어 미국국채의 가치가 폭락한다. 중국은 앉아서 손실을 입게 되고 갈등은 서로에게 진퇴양난이 되는 것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자신의 생활권에 대한 침해나 간섭이다. 대만이나 티베트 문제 등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분쟁 중인 남태평양 문제도 중국이 이곳을 생활권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의 생활권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한미동맹이 불편한 것이다. 서해 문제, 남해의 대륙붕 문제, 북한 문제 등에서 장래 한국과 중국 간에 분쟁이 예상된다.

'중국 패권의 시대는 올 것인가'는 21세기의 화두이다. 경제통계 상으로는 그렇지만 난제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가치의 동맹의 주도권을 패권(Hegemony)이라고 한다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중국의 체제를 채택하는 나라가 별로 없다는 것이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중국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인(仁)의 문화를 회복해야 세계의 지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패권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막강한 기술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외교가 국익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외교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동맹은 이익도 공유하지만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임을 무시한 주장이다. 동맹의 상대방도 이해관계로만 행동하면 동맹은 의미가 없어진다. 오히려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북한과의 과감한 화해정책을 추진함이 한반도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일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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