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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재벌의 사회적 책임 /유일선

자유주의 신봉하며 자율경쟁 무시하는 자가당착 빠진 재벌… '공정사회' 훼방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31 20:15:1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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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사상의 핵심은 개인의 권리를 공동선보다 우위에 둔다는 점이다. 이 사상의 신봉자들은 공동선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그 사회의 공동선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공동선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누군가 '이것이 우리 사회의 공동선이다'고 주장하고 거기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부과한다면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나머지 사람들의 자유나 재산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담 스미스의 시장주의는 이런 자유주의 사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인간은 공익(공동선)을 고려할 필요 없이 자기 이기심을 좇아 자유로이 행동하면 된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공익이 저절로 창출된다. 누가 이런 일을 하는가? 시장이. 어떻게? 경쟁을 통해서.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직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만 생각한다. 사회적 윤리적 책임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자동적으로 기업의 이윤 추구의 행위를 공익으로 유도해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작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해 줄 정도로만, 공정한 경쟁 룰이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정도로만 최소한으로 개입하면 된다. 세금을 늘려서도, 어떤 형태의 보조금을 주어서도 안 된다.

지난 6월 말 허창수 전경련회장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감세철회 반대'를 선언하였다.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에 맞서 재계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단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그러면 한국재벌들은 자신들이 신앙처럼 떠받들고 있는 자유시장주의의 원칙을 말처럼 지지하고 실천하는가? 살펴보자.

자유 경쟁. 한국 재벌은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독과점을 형성하여 경쟁을 피하려 한다.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로비를 하고 담합을 일삼는다. 기술 개발, 경영합리화 등의 정당한 경쟁을 통해 이윤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종의 불로소득인 지대(rent)를 추구한다.

국가지원 문제. 정부 보조금이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고들 하지만 재벌은 보조금을 반대하지 않는다. 적극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의 투자세액공제액이 2009년 2조 원, 2010년 1조7000억 원이었고 2011년 1조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 혜택의 80~90%가 대기업에게 돌아간다. 이외 첨단기술 연구개발, 에너지 산업, 지역특구 투자, 노동자 평생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정부 보조금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 재벌은 정부가 환율정책이란 이름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정해도 반대하지 않는다. 시사IN 분석에 의하면 한국외환보유고는 1997년 197억 달러였던 것이 2001년 1000억달러, 2005년 2000억달러, 2010년 3000억 달러에 이른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했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그런 탓에 2000년대 내내 1달러 1100원 수준의 환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환율 덕분에 재벌은 '과외소득'(환차익)을 벌었고 소비자는 물가상승에 따른 '과외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재벌이 부담해야 할 환율리스크 관리비용도 정부가 '보너스'로 대신 지불해준 셈이다.

공정한 경쟁. 재벌 총수인 아버지가 아들이 운영하는 자회사에 자신만 아는 회사정보나 부품 납품 등의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설립 몇 년 만에 자회사 수익이 200배 이상 성장하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는 식으로 증여도 하고, 총수자리를 자식에게 상속하면서 '경영권 시장'이 무너진 지 오래다. 재벌총수의 부성애는 따뜻하다. 그러나 거기에 '공정한 경쟁'이 설 자리는 없다.

자유경쟁이 없는 자유시장주의. 한국 재벌의 시장 옹호는 이렇듯 이율배반적이며 자기모순적이다. 한국 재벌 비판이 공동선에 주력하라는 것도, 국가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것도 아니다. 시장으로 돌아가라는 거다. 공정한 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으로. 그것이 자유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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