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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뒤죽박죽 야구 용어 /김충락

현재 사용 야구용어 일본 영향 매우 커, 왜 중견수·유격수? 이제 좀 가다듬을 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29 20:40:2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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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국프로야구는 출범 30년째를 맞이해 그 열기가 매우 뜨겁다. 특히 선두권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한 중위권 싸움이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야구는 타 종목에 비해 규칙이나 규정이 복잡하고 그에 따른 용어도 많아 경기마다 엄청난 양의 통계 자료들이 쏟아진다. 국내외 통계학회에 스포츠 통계 분야가 있는데 여기서 다루는 자료 대부분이 야구에 관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가장 사랑받는 경기이다. 이 지면을 통해 2, 3회에 걸쳐 야구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야구 용어에 관한 것이다.

야구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운동(영국에서 야구의 전신에 해당되는 운동이 먼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인 만큼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대부분은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거나 일본에서 번역해 사용하는 용어들을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그대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전광판에 나타나 있는 용어들은 영어 첫 글자가 대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R, H, B, E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서 R(run)은 득점, H(hit)는 안타, B(based on balls)는 볼넷, E(error)는 실책을 나타낸다. 여기서 H, B, E는 쉽게 납득이 가는데 득점을 나타내는 R은 왠지 이상하게 느껴진다. 흔히 득점 또는 점수를 나타내는 S(score)를 사용하면 될텐데…. 야구에서는 주자(runner)가 1, 2, 3루를 돌아 출발했던 홈(home)으로 안전하게 들어와야 1점이 인정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즉 야구에서 점수는 주자가 홈으로 몇 명이 들어왔는가를 따진다. 따라서 점수는 'runner'가 홈까지 안전하게 달리기(run)를 했다는 의미로 R로 표기한다. 홈런(home run)이란 1, 2, 3루를 거쳐 홈까지 바로 올 수 있는 타구를 의미한다. 홈런을 친 선수가 1, 2, 3루 어느 한 곳이라도 거치지 않으면 점수(run)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야구 중계나 신문의 스포츠 면에 불펜 투수, 덕아웃 등의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불펜 투수는 구원 투수라는 의미로 쓰이는 데 왜 하필 불펜(bull pen)이란 표현을 쓰는가? 불(bull)은 황소이고 펜(pen)은 필기도구 펜이란 뜻도 있지만 창고, 외양간이란 뜻도 있다. 구원투수들이 몸을 푸는 곳이 경기장 한 구석에 위치한 외양간 같은 곳이란 표현에서 유래했다. 감독, 코치, 선수들이 앉아있는 장소를 왜 덕아웃(dugout)이라고 하는지도 궁금하다. 대기석, 벤치 등의 표현도 있는데 말이다. 덕(dug)은 딕(dig)의 과거분사로 덕아웃이란 바깥쪽으로 파 놓은 곳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야구 초창기에는 감독과 선수들을 파울 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흙을 파내고 낮은 곳에 앉도록 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야구용어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현재 볼 카운트를 원투라고 하면 한국에는 원스트라이크 투볼을 의미하지만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원볼 투스트라이크를 의미한다. 한국에선 풀 카운트가 투쓰리지만 미국에선 쓰리투가 된다. 우리 야구가 볼 카운트에서는 일본야구를 따라하고 있다. 좌익수(left fielder) 우익수(right fielder)도 일본 용어다. 오른쪽 왼쪽에서 날아다니듯이 열심히 뛰면서 수비한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좌야수, 우야수가 원어에 가까운 번역이다. 그렇다면 중야수(center fielder)가 아니고 왜 중견수인가? 가운데서 오른쪽과 왼쪽을 모두 견고하게 지킨다는 의미인데 일관성이 없는 번역이다. 수비수 중에서 가장 이상한 번역은 유격수(short-stop)다. 유격수에서 '유격'이란 용어는 군사용어로서 원래의 뜻은 '적지나 전열 밖에서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적을 기습 공격하는 일'인데 2루와 3루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이리 저리 움직이며 수비하는 수비수를 뜻한다. 외야수들이 비거리가 긴 타구를 처리하는 'long-stop'에 해당되는 수비수가 외야수라면, 'short-stop'은 내야에 땅볼로 오는 빠른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야구 용어는 영어와 일본식 번역이 뒤죽박죽인 채로 제멋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 좀 가다듬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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