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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세훈과 캐머런은 닮았다 /이한숙

경멸과 무시가 가난보다 더 고통,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하는걸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29 20:41: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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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토트넘에서 시작해 며칠 만에 잉글랜드 전역으로 확산된 '폭동'이 잠잠해졌다. 대신 그 원인과 대책을 둘러싼 '말'들이 폭동이 쓸고 간 상처 위에 무성하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한 명이 사망하면서 시위가 촉발되었지만, 빈곤층의 경제적 불만이 시위의 근본적인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1980년대,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당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한 이후 영국사회의 계층 간 격차는 점점 심화되어 왔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영국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립 정부는 줄곧 재정지출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무너뜨리면서 계층 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 이미 작년부터 교육재정 삭감과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 등 영국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한 저항이 격렬해지고 있었고, 이번의 폭동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폭동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은 단호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검문 강화, 폭동과 약탈의 배경으로 지목된 SNS 차단 등 인권단체들이 아랍 혁명 당시의 이집트나 튀니지 같은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대책이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폭동 대응 대책을 내놓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의 책임감을 망가뜨리는 인권법 등 잘못된 곳을 수술하고, 학교 가정 경찰 복지 문화 법 등 사회 전 분야의 정책들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독재자라는 오명을 무릅쓰더라도 보수의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영국 사회 시스템 전체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혼란의 시대 보수의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은 한국에도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과잉복지를 지적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남기 바라며 시장직을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렇다. 물론 현재 오 전 서울시장과 캐머런 영국 총리의 처지는 다르다. 오 전 서울시장은 주민투표가 182억 원짜리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정치적 생명이 백척간두에 간당간당 걸려 있지만, 캐머런 총리는 영국 뿐 아니라 여기 한국에서도 '보수적 영혼'을 가진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영국 토트넘의 폭동은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두 명의 마그레브계 청년이 감전사하면서 시작된 2005년 프랑스 파리 소요 사태의 재판이다. 파리 소요사태 때는 사회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이민 2세들의 문제가 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흑인) 깡패들의 문화가 교육수준이 낮은 백인 젊은이들에게 유행처럼 됐다"는 저명한 어느 영국 역사학자의 발언이 보여주듯이, 영국 폭동에는 백인 저소득층 젊은이들이 동참하면서 인종갈등보다 계급갈등이 더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영국 폭동이 더 이해되지 않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이민 2세도 아닌 '멀쩡한' '백인' 청소년들이 왜 폭동에 가담했는지, 이 청소년들이 특별한 목적도 없이 왜 거리로 뛰쳐나왔는지. 영국 토트넘에서 시위가 일어난 지역은 고급 주택가와 빈곤층이 사는 지역이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서 주로 공격받은 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일하고 이용하는 상점들이었다. 가난한 지역의 청소년들은 마치 자해하듯이 파괴해 버리지 않고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매일같이 자신이 배제되고 경멸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사는 이들은 자신들을 경멸하고 있는 사회에 강한 거부감과 반항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나날이 더 게토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은 이런 거부감을 폭력적인 형태로 폭발하게 만든다.

오 전 시장과 캐머런 영국 총리는 처지는 달라도 닮았다. 한 명은 청소년들의 절망 어린 반항을 정치적 리더십을 다지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다른 한 명은 가난하기 때문에 공짜로 밥을 얻어먹어야 하는 아이들의 자존심을 정치적 볼모로 삼으려 했다. 이 두 정치인은 가난보다 경멸과 무시가 훨씬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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