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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영화 창조도시' 부산, 그 가능성과 과제 /주유신

개방적·진취적인 인적 네트워크 활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9-14 20:10:1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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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적 영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

부산이 꿈꾸는 미래상 중에서 가장 매혹적으로 와닿는 것을 꼽는다면 아마 '창조 도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의 설치를 계기로 가동되기 시작한 그 꿈은 현재 진행 중인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의 영화도시 가입 신청 작업을 통해 구체성을 더해가고 있다.

2004년 부산시가 '영화·영상산업' 분야를 미래 4대 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2005년 중앙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부산을 '아시아영상중심도시'로 선포한 이후 부산은 '영상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물적, 인적 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부산은 '영화 찍기 좋은 도시'에서 '영화 만들기 좋은 도시'로 발전해왔고, 현재는 실질적인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 발돋움해가고 있다.

그런데 부산이 영화와 접해온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더 길고 복합적인 것이며, 부산만의 공간성이 얼마나 풍부한 영화적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인지를 알게 된다면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기원을 찾는 일이 그리 창조적이지 못함은 사실이지만 부산이 국내 최초로 영화제작사를 설립(1924년 '조선키네마주식회사')했고, 최초로 사운드영화를 상영(1929년 행관의 '돌아오는 다리')했으며, 최초로 본격적인 영화상을 제정(1958년 '부일영화상')한 도시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놀라움을 준다. 또한 부산은 한국영화사 초창기에 나운규, 윤백남, 이월화 등 기라성 같은 영화인들이 데뷔하거나 활동하는 무대가 됨으로써 지역적 차원을 넘어 한국 영화의 중심이자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더구나 부산은 바다와 산, 강과 포구 등 정말 아름다운 경관과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가장 각광받는 촬영 장소로 손꼽혀왔다. 그래서 유현목, 김기영, 김수용, 이만희, 임권택 같은 거장 감독들이 영화를 찍기 위해 즐겨 방문하는 장소가 바로 부산이었고, 영도대교, 태종대, 해운대 및 송도 해수욕장, 부산역과 범어사 등지는 영화의 단골 촬영지였다. 여기에다 최초의 개항도시이자 한국전쟁기의 피란지였던 부산은 근대적인 지리와 문화 경관, 그리고 판자촌이나 산복도로와 같은 서민적 주거공간들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매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영화가 요구하는 거의 모든 이미지와 분위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공간적 잠재력을 지닌 도시인 것이다.

하지만 부산이 진정 '창조적인 영화도시'로 나아가는 도정에는 몇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 영화 관련 정책이 기존의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서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존의 정책은 건물을 먼저 짓고 나서 그 건물을 채우고 활용할 주체 인력의 양성을 고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순서가 뒤바뀌어 창조적인 주체와 그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지원하면서 이에 필요한 공간들을 '창조 지대(creative zone)'로 조성하고 그 공간의 공공성을 살려나가야 한다.

둘째, 좀 더 큰 틀에서 기존의 조직 문화와 권력 구조, 그리고 행정적 관행에 도전하는 수평적, 측면적 사고가 필요하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도시의 조건(더 정확하게는 창조계급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도시의 조건)으로 다양성, 관대함, 개방성을 말한다. 이는 창조도시의 정책들이 문화를 경제 재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 약자의 보호나 실험적인 문화나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바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부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안적 문화 운동 및 자치 활동에 주목하고 지원해야 한다. 개방적, 진취적 정신을 지닌 개인과 조직, 그리고 그들 간의 네트워크야말로 창조적 도시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의 이행이 영화를 비롯한 많은 분야의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부산이 영화를 통해 365일 혁신되고 발전하는 '영화 창조도시'로 태어나는 꿈,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믿고 싶다.

영산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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