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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끄러운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고기화

정전대란은 총체적 무능이자 리더십의 위기…수평적 리더십이 신뢰 확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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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 때 링컨 대통령은 마이드 장군에게 짧은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존경하는 마이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에 실패한다면 장군은 링컨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시오." 책임은 자신이 지고, 공로는 부하에게 돌리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회자된다.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결정적인 실수를 한 마이드 장군을 크게 질책하는 편지도 있었다. 링컨 사후 그의 유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은 편지였다.

자칫 전국을 암흑천지에 빠뜨릴 뻔했던 '9·15 정전대란'과 관련,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명박 대통령이 이튿날 한국전력 본사를 찾아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책임자들을 모아놓고 탁자를 쳐가면서 "여러분 수준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저 후진국 수준"이라고 호통쳤다. 맞는 말이다. 기강이 해이해진 전력 당국을 혼내는 모습에 속 시원하다고 느끼는 이도 더러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후에 전개되는 상황은 한마디로 기가 찬다. 정전 사태의 원인과 대책은 일단 제쳐두자.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이 발생했는데도 주무 부서의 최고책임자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사태의 책임을 산하기관이나 부하들에게 떠넘기면서 '남 탓' 하기에 급급했다. 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뻗대는 장관, 그런 이를 '그림자 실세'로 중용하고 한전·전력거래소·발전회사 등에까지 '낙하산·보은인사'가 득시글거리는 'MB식 인사'가 이번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의 또다른 주범이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늘 남의 말 하듯 한다. 남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고, 기관장들이다. 즉각 사퇴를 거부한 최 장관도 볼썽 사납지만,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는 대통령도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하다. 지난번 공직자 비리가 잇따라 터졌을 때도 "국민들은 나라가 비리투성이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라며 면피성(?) 발언을 하곤 했다. 이러니 '책임 불감증',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이란 비판이 쏟아질밖에. 정전 사태 발생 닷새 만에 김황식 총리가 총리실 국정감사 인사말을 통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자존심을 상하게 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최초로 대국민 사과를 했으니 말이다.

이번 정전대란은 총체적 무능이 빚어낸 결과지만, MB 리더십의 위기이기도 하다. "까라면 까지, 뭔 잔말이 그리 많아"라는 식의 개발독재 시대의 리더십은 낡은 유물일 뿐이다. "내가 시키면 그대로 하면 된다"라는 건 아날로그 시대의 수직적 리더십에 불과하다. 디지털 시대에 이런 리더십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아집, 고집만 부린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최근의 '안철수 신드롬'은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 희망의 리더십이 나타나길 바라는 국민적 갈망의 표출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책임감, 도덕성, 정직과 성실, 포용력, 따뜻한 인간애 등으로부터 나온다. 이탈리아 정치인 주세페 마치니는 "부하의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람은 훌륭한 지도자이다. 어리석은 지도자는 자신의 잘못까지도 부하의 책임으로 돌린다"라고 말했다. 리더의 책임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처칠의 리더십이 위대한 건 '결단은 주저하지 않고,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진다'는 원칙대로 행했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지않는 지도자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다. '훌륭한 리더십이란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신뢰를 확보 못 하면 아무도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는 파커 드리커의 경구는 새겨들을 만하다. 히딩크나 '남자의 자격'에서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박칼린이 각광을 받은 것도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된 수평적 리더십이었기에 가능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對人春風 持己秋霜). 무릇 리더가 되려면 남에게는 봄 바람처럼,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대할 일이다. 부끄러운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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