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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UN평화도시 부산? /전진성

유엔평화문화특구 대대적 사업 추진 속 UN평화대축전 개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10 19:36:5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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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 논의없이는 평범한 축제에 불과

'세계 최초로' 유엔명칭 사용승인을 받은 '부산남구유엔평화문화특구'에서 '제1회 UN평화대축전'이 오는 10월 22일부터 나흘간 개최된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공연과 희망풍선 날리기, 토크 콘서트, 평화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엔 참전국의 전통음식재료를 사용해 3000명 분의 '월드 비빔밥'을 만드는 이벤트인데,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나눔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것이 주최 측인 사단법인 국제평화기념사업회의 설명이다.

올가을에 부산은 온통 축제로 들떠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낙동강 문화대축제, 심지어는 해운대구청사별관기공식 슈퍼콘서트까지 지역별, 종류별로 차고 넘친다. 그 규모로 볼 때, 'UN평화대축전'은 여느 축제 못지않게 거창하고 떠들썩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축제는 특별하다. 단지 떠들고 즐기는 자리가 아니라 평화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보는 자리, 세계인이 화합하는 국제친선의 장! 이런 수준 높은 축제가 부산에 열린다니 사뭇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일대가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된 것은 6·25전쟁 60주년인 작년 5월이었다. 국제평화기념사업회와 부산 남구는 향후 2015년까지 10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유엔평화기념관 및 일제강제동원 역사기념관 건립과 평화테마거리 조성 등 대대적인 문화관광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 경제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사업이니만큼 그 가치와 실효성을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따져볼 것은 과연 부산이 세계평화와 자유수호의 메카라는 이른바 '도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부산이 6·25전쟁 때 북한의 남침에 밀린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그렇기에 부산이 평화도시라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다. 이곳에서 평화협정을 맺은 것도 아니고, 싸워서 겨우 지켜낸 곳인데 무슨 평화인가? 그렇다고 보편적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관없이 전시의 모든 희생을 애도하며 반전의 이념을 표방하는 도시도 아니지 않은가? 세계인은 말할 나위도 없고 우리 국민 중에, 아니 부산시민들 중에 과연 몇 사람이 부산을 생각하며 평화를 떠올릴 것인가? 국립5·18묘지가 있는 광주나 4·3평화공원이 있는 제주시를 평화와 인권의 도시로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부산을 그러한 지위로 격상시키려면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시민적 토론이 전제가 될 터인데, 앞뒤 없이 그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만 우선시한 것은 아닌가?

물론 유엔군 전사자를 안장한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 있는 곳이니 평화의 메카로 손색이 없다는 손쉬운 변론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구' 사업의 핵심인 유엔평화기념관이 유엔기념공원 바깥의 당곡공원에 세워진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듯이, 정작 기념공원은 이 사업에 깊이 개입하지 않은 것 같다. 총 11개 유엔 참전국으로 구성된 국제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재한유엔기념공원은 부산에서 마치 치외법권 지역처럼 존재한다. 공원 안의 관리처는 처장과 직원이 다 한국인이건만 묘지 관리와 최소한의 안내 업무만을 제공할 뿐, 부산 시민의 교육이나 관련 학술연구 지원 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있으며, 또 기여할 의향도 전혀 없는 듯하다. 그저 뻣뻣한 자세로 고인들의 안식을 위한 '정숙'을 요구할 뿐이다.

내용 없는 평화를 요란스럽게 내세워 이득을 추구하거나 참전국들 눈치만 살피며 기념시설 본연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엔군 묘지가 현존하는 부산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려한다면, 부산의 '브랜드 가치'가 아니라 도시 정체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부산 시민들은 이국땅에서 죽어간 청년들의 주검 앞에서 과연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이들의 희생을 애도하며 앞으로 어떤 명분의 전쟁이라도 기필코 막자고 결의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희생에 감사하며 '월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것인가? 우리는 승리를 위해 평화를 얘기하는가, 아니면 승리로도 얻을 수 없는 평화의 가치를 얘기하는가? 분명한 콘텐츠가 없이 지어지는 거창한 평화기념관은 결국 전쟁기념관이 되고 말 것인가? 그저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미 불꽃 축제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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