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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통사람의 빈말, 정치가의 헛말 /조준현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 공약 남발…서민 고통 덜어줄 인물은 없는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25 21:54: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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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끔 마음에 없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처음 한두 번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불쾌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냥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무시해 버리게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도 마음에 없는 빈말을 할 때가 없지 않다. 그렇게 친하지도 그렇다고 아예 모르지도 않는 사람을 어쩌다 마주쳤을 때,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인사가 바로 다음에 꼭 연락하자거나 언제 만나서 밥 한 번 먹자는 이야기다. 이럴 때 물색없이 언제 무얼 먹느냐면서 아예 내친 김에 만날 날짜까지 잡자고 들이댔다가는 철없는 사람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런 빈말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얼굴이 건강해 보인다거나 못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다는 인사는 서로 빈말인 줄 알고 주고받는 인사지만 서먹서먹하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 준다. 아무리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왜 너랑 밥 먹느냐고 대꾸한다거나 너는 나와 안 친하니 다음에 보지 말자고 말해서야 옳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오히려 빈말이 더 필요할 때도 있고, 빈말이 오히려 예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서울시장과 부산 동구청장을 포함한 재보궐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선거 때만 되면 꼭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정치선거를 하지 말고 정책선거를 하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궁금하다. 선거나 투표는 그 자체가 정치행위이거늘 도대체 정치선거는 무엇이고 정책선거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 가운데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행위 바로 그것이 정치인데, 어떻게 정책선거가 따로 있고 정치선거가 따로 있는가 말이다. 굳이 그런 식으로 구분하려 든다면 정치인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이들은 아예 선거에 나오지 말아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선거는 좋은 선거이고 정치선거는 나쁜 선거라는 식의 이분법을, 정치인들 스스로가 함부로 내뱉고 다니니 그래서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정책선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무슨 공약을 보라는 것인지는 더 모르겠다. 정치인들의 공약이라는 것들이 죄다 빈말이 아니면 아예 헛말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시장을 다시 뽑게 된 이유는 바로 서울시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들어가는 예산은 600억 원 정도이다. 그런데 돈이 없다며 무상급식 확대를 반대한 어느 후보는 1조 원을 들여 학교시설을 보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가운데는 수영장을 짓는 일도 들어 있다. 아이들에게 밥 줄 돈은 없어도 수영장 지을 돈은 있다는 이런 공약은 과연 빈말인가 헛말인가? 예의로 빈말을 주고받아도 괜찮다는 것은 당연히 나같은 보통사람들에게나 가당한 경우이다. 흔히 정치인은 공인이라고 부르는데, 나라와 지역의 공적 업무를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입만 벌리면 빈말이요 헛말이니 도대체 무엇을 보고 투표해야 할까 모르겠다.

며칠 전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가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고통지수는 온도와 습도를 합하여 만든 불쾌지수처럼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하여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지수화한 것이다. 고통지수가 높다는 것은 실업자가 많고 높은 물가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고통지수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 우리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그런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는 사실이다. 오죽 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하루에만 42명, 1년에 1만5000명을 넘어서느냐 말이다. 오늘은 과연 어떤 후보에게 투표해야 할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제보다 오늘 한 뼘만 더, 오늘보다 내일 또 한 뼘만 더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에게 투표하고 싶다. 그런 후보가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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