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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괴짜시대 /박형섭

모험의 길 선택한 마이스터들의 도전…그 엉뚱한 상상으로 세상은 바뀌어 왔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04 20:39:5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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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괴짜들이란 누구인가?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편안한 길을 거부한다. 그들은 기성의 질서나 체계를 답습하는 순응주의자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어 주류들을 조롱한다. 모험과 탐험을 동경하며 굳이 위험한 길로 뛰어든다. 그들은 이 세상에 여전히 무수한 미지의 것들, 발굴되어야 할 가치들이 많음을 확신한다. 그들에게는 과거도 현재도 극복의 대상일 뿐이다. 자기들의 미래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개척자의 조건으로 오로지 천재적 환상과 열정을 꼽는다. 꿈꾸는 마이스터들의 도전은 그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그들에게 실패는 두려움이 아니라 성공의 시금석일 뿐이다. 젊고 창의력 넘치는 괴짜들이 승리하는 시대가 온다. 그들은 진정한 삶의 아방가르드 예술가이다.

나의 눈에는 중학생들의 마이스터고 진학이 전혀 낯설게 보이지 않는다. 또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업하는 청년 CEO(최고경영자)들도 위대해 보인다. 소위 모범생들의 상투적인 고정관념, 당연한 코스라고 인식되는 인문계고, 대학 진학, 사회적 출세의 공식이 깨어져야 한다. 길 밖의 또 다른 길, 도처에 길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체제 밖의 또 다른 체제의 구상이 가능한 세상이다. 대학교육이 보편화되고 누구나 갈 수 있는 대중적 교양교육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지난 날 대학에서 특권적으로 누리던 고급지식이나 학문도 이제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경향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극소수의 첨단 과학이나 특수 학문 분야를 제외하면 더 이상 대학교육에 기댈 필요가 없다. 오늘날 상아탑이 고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떤 학생은 당구장에도 인생이 있고, 철학이 있다고 말하며 강의실을 떠났다. 그는 인터넷 당구 게임의 개발전문가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냄새에 민감하고 후각이 발달된 학생이 향수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냄새의 달인이 되었고 IT 기술과 향수를 융합하여 스마트폰으로 향기를 전달하는 기술자가 되었다. 이카로스처럼 비행하는 꿈을 꾸던 아이가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실험하던 중 인간이 착용할 수 있는 날개옷을 발명했다. 그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1인 비행시스템이 도래했다. 상상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꿈이 실재가 되는 날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괴짜경제학이 있듯이 괴짜들의 성공 신화를 가르치는 '괴짜학'이 탄생할 것이다. 대학은 아날로그 시대의 커리큘럼을 철폐하고 새로운 이름의 학문을 수용해야 한다. 인식의 벽을 허물면 그 벽 너머의 세계가 보일 것이다. 선생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지식 전달자의 기능에만 머무를 수 없다. 연구자인 동시에 학생과 대화하는 상담자요, 학생에게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전공을 뛰어넘어 융합학문의 시대다. 국가나 지역의 경계가 없듯이 학문과 이념의 경계도 사라졌다. 인문학과 공학이 통섭하여 놀라운 문화콘텐츠가 탄생한다. 창의성은 이질적 문화의 교합에서 비롯된다. 엉뚱한 생각의 괴짜들, 그들은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보수·진보라는 말을 가장 혐오한다. 그들은 각자의 취향을 고집하고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괴짜라고 불리는 그들은 21세기의 낭만적 자유인이다.

세계는 무수한 괴짜들에 의해 진화해 왔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이건 최초의 발견자, 발명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타인의 시선은 언제나 낯설고 이상한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과 언어는 보편성을 벗어나 세상과 화해하기 어렵다. 홀로 고민하는 시간이 많고 점점 더 고립된 생각에 빠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어놓는 것이다. 그것이 천재적 광기, 번뜩이는 섬광이며 초인간적 차원의 영감이다. 천재성은 광기 안에서 솟아오르며 광기는 괴짜들의 그림자이다. 광기는 한계를 체험할 때까지 자신을 몰아가는 내적인 충동의 다른 말이다. 진리가 오류에서 출발하듯이 성공은 실패에서 싹튼다. 실패를 존중하는 것은 성공을 존중하는 것이다. 괴짜들의 엉뚱한 충동이 열어놓은 지평 위에서 인간의 욕망과 절망과 희망이 한낮의 햇살처럼 드러나길 기대한다.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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