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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거의 광기 /차재권

한·미 FTA문제도 선거 앞둔 힘겨루기, 서민 삶 안중에 없는 편 가르기 가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29 20:07:2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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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이면 19대 총선을 치러야 한다. 11월에는 18대 대선도 이어진다. 항상 그랬듯이 선거철만 다가오면 정치판이 요동친다. 길지 않은 한국의 정당정치사에 그토록 숱한 정당들이 명멸을 거듭해왔던 것도 선거의 광기에 휩싸인 정치판의 격변 때문이고 보면 새삼 놀랄 일만도 아니다. 벌써부터 정치판이 꿈틀대는 모양이 심상치 않다. 선거를 준비하는 이런저런 군상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아 뜀박질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총선과 대선은 이미 수면 아래에서 시작되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정치적 공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선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해석되어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만 놔둬도 후끈 달아오를 선거판에 언론매체들은 연신 군불을 지펴댄다.

한편에서는 선거란 것이 원래 그토록 요란스러운 것이라 치부해 버리고 넘어갈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삼아왔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나 공화정 로마의 정치 일번지였던 포로 로마나의 거리에서도 선거는 늘 한철 난장으로 끝나곤 했던 것이기에 그저 느긋한 마음으로 아수라장 같은 선거판을 감상하면 그만일 터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번 선거판은 여러 면에서 그저 팔짱 끼고 지켜만 보기에는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비상식적, 비합리적 행위와 사건들로 넘쳐나 걱정이다.

무엇보다 먼저 한·미 FTA 문제와 예산안 처리를 놓고 국회가 보여주는 행태가 가관이다. 선거의 광기에 내몰리지 않았던들 한·미 FTA를 놓고 나라가 이토록 사분오열되진 않았을 성싶다. 정치판의 빅뱅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작 서민의 삶을 질곡으로 내몰지도 모를 FTA 발효 및 예산안 처리 시한은 빛의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 FTA와 예산안을 볼모로 끝 모를 대치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여야는 오늘의 이 사단이 각자의 편 가르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서민이 겪게 될 고통에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치판의 편 가르기 행태도 가관이긴 마찬가지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헤쳐 모이기가 진행되고 있다. 보수의 편 가르기는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의 쇄신론에서 시작되었지만 말이 쇄신이지 정작 쇄신에는 관심조차 없는 눈치들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내년 총선에서 얻게 될 의석수와 그들이 섬기는 주군의 대선승리 뿐인 듯하다. 통합을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면이 없진 않으나 야권의 통합 논의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다. 먼저 소통합을 이룬 통합진보정당이 민주당 중심의 또 다른 통합세력과 한 배를 탈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결국 통합을 가장한 편 가르기인 셈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 말했듯 정치란 것이 '가치의 권위적 배분'인 한에 있어 그 배분의 산식을 둘러싸고 편 가르기가 없을 순 없다. 그러나 그 편 가르기에도 정도는 있는 법이다. 무엇을 위한 편 가르기인지 그래서 누구와 함께 편 세우기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편 가르기가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이다.

정당정치의 위기를 운운하며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의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제도권 정치인들의 볼썽사나운 행태에도 선거판의 광기가 서려있긴 마찬가지다. 안철수 현상의 이면에 깔려 있는 민초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은 차치하고 조건없는 기부행위를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폄하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에 행여 생채기나 나지 않을까 안달복달이다. 윤리의식 부재의 식물국회 덕에 가까스로 제명의 위기를 넘겼던 한 국회의원은 동료의원들의 배려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아예 팔 걷고 안철수 원장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무도한 시민사회로부터 숭고한 정치를 지키겠다는 그의 일편단심이 실소를 자아내게 할 뿐이다.

성숙한 민주시민들이야 선거의 광기가 불러오는 이런 추태를 그저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통 정도로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있다. 한참을 양보해 시민정치를 한껏 얕잡아 보는 정치모리배들의 이런저런 푸념조차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작 기성정치의 광기와 추태에 질려 자꾸 그 무도한 시민사회로 해바라기하는 우리들의 본심이야 어찌 다잡을 것인가?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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