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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생각하는 방법 /김충락

물질문명 득세 시대…생명·자연의 본질 등 우리 주변에 대해 가끔 새롭게 생각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09 19:38: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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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태생으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철학교수를 역임했던 헤르베르트 마르쿠제(1898~1979)는 1941년 '이성과 혁명'(Vernunft und Revolution)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전후 학생운동권의 필독서 목록에 올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금서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마르쿠제는 관념 철학을 완성시킨 헤겔 (1770~1831)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사고(thinking)란 다름 아닌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부정(negation)이다." 헤겔의 '정·반·합' 철학을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계승한 철학으로 파악하고, '이성'은 자유를 추구하며 현실변혁적인 '부정의 힘'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부정의 논리는 과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다면 중력에 대한 뉴튼의 과학적 접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 사과는 하늘로 날아가든지 옆으로 튀어나가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가?"라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 부정의 논리를 적용함으로써 위대한 발견이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 의미를 인식할 여지조차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숨 쉬고,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먹고, 배설하고…. 이러한 행위 하나 하나에 대해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부여하기 위해서는 부정의 논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만약 볼 수 없다면, 내가 만약 걸을 수 없다면, 내가 먹은 것들을 배설할 수 없다면…. 내가 처해있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해 봄으로써 나에 대한 좀 더 객관적 시각으로 성찰을 할 수 있다.

물리학 과학사 철학 등을 공부한 토마스 쿤(1922~1996)은 1962년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라는 저서에서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그는 축적된 인식이 학문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기존의 인식론을 비판하였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 진리처럼 여겨졌던 천동설(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에서 지동설(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로 생각이 전환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 특정 분야의 학자들이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법칙, 지식, 가치를 의미하는 말이다. 넓게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과학혁명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가능하며,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부정의 논리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천동설을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했더라면, 조금이라도 의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감히 지구가 돈다고 생각조차 할 수 있었을까?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생각이 전환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모든 부분에 대한 과학적 사고의 접근을 하는 것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렇게 심각하게 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주변의 것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있어야 할 것이 있고 또한 그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를 망각하거나 가볍게 넘겨버린다. 앙상한 가지만이 전부인 듯 겨우 내 죽은 듯이 있던 나무들이 때맞추어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운다. 말도 못하는 나무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같은 종의 나무는 같은 날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은 80세를 전후해서 이승과 작별한다. 사는 곳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른데 마치 약속이나 한듯 비슷한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자연현상인데 새삼스럽게 신기한 발견이라도 한 듯 유난을 떤다고? 심오한 부정의 논리나 패러다임의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적어도 한 번쯤은 그렇게 당연하지 않고 그렇게 평범하지 않으며 정말 신기한 현상이라 생각하는 정도의 진지함은 가지고 살아야 한다. 물질문명이 생명과 자연의 본질을 전복해 가고 있는 요즈음에는 더욱이…. 부산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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