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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위험에 처한 아이들' /유일선

최근 학교폭력 사태, 승자독식·무한경쟁 교육구조 개선 없이 숱한 방안은 미봉책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2-19 19:59:0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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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같은 반 학생들의 따돌림과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따돌림이나 폭력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이 '더 중요한' 사건에 가려 단신 뉴스가 된 지 오래이다. 이 사건이 유난히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피해 학생이 자신의 고통을 상세히 유서에 밝혔고,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증거들이 그 고통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고문에, 전깃줄로 목을 감아 끌고 다니는 등 그 괴롭힘의 행태도 충격적이지만 게임 캐릭터를 키우라며 휴대전화로 수면시간까지 체크하는 등, 그 고문이 학교나 등하교 길을 넘어 집에서까지 24시간 동안 지속됐다는 사실 또한 끔찍하다.

사람들이 해결책을 찾으라고 들고 일어섰다. 개탄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달구었다. 언론도 앞장서 힘을 보탰다. 특집으로 교실의 실태와 폭력의 일상이 다뤄지고, 교실 붕괴, 공교육 실패 등의 오래된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웹툰과 게임이 지목되어 게임 셧 다운제가 힘을 받았다.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여론을 반영하듯 형사처벌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보수 언론과 교육계 일부는 이 기회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폐기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종합대책이라는 것도 나왔다. 인성교육,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강화가 요지다.

자, 여기서 한번 손들어 보자. 이 정도 했으니, 이런 대책이라면 이제 학교 폭력이 줄어들 거라고 믿는 사람, 손들어 보라. 사실 우리는 다 안다. 그런 것이 해결책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뭔가를 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그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등학교에는 보통 정독실이라는 자습실이 따로 운영된다. 학교별로 다르지만 상위 40명 정도를 모아 특별 관리한다. 잘하는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에 몰입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그 교실에만 에어컨이 제공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교실들의 자습 분위기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뒤떨어진 학생을 더 잘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겠지만 우리 현실은 아니다. 승자에게는 더 많은 자원이 제공된다. 패자는 당연한 권리도 빼앗기고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인성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한번 물어 보자. 누가 가르칠 것인가. 이런 학교가 인성을 가르칠 수 있는가. 경쟁보다 협동이 힘이 세다고, 혼자서 앞서 가기보다 더불어 같이 가는게 좋은 것이라고, 약자를 배려하고 남의 고통에 공감하라고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을 누르고 살아남아야 된다는 것, 강자만이 살아남고, 나의 생존을 위해서는 친구도 적이 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은 금방 배운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작년 교육부가 밝힌 초중고생 자살 현황을 보면 2006년 108명, 2008년 139명, 2009년 202명이다. 자살은 10대 사망원인 1위이다. 주변을 돌아보라.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하루 14시간 15시간을 좁은 교실, 불편한 책상에 갇혀 산다. 어른들도 그렇게 장시간 일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애쓴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상위 4%에 들어야 1등급이다. 상대평가란 어차피 서바이벌 게임이니 모두다 열심히 한다고 전부 1등급인 세상은 오지 않는다. 부모는 불안하다. 중산층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공포가 아이들을 몰아세운다. 갇힌 동물처럼 극도의 억압과 긴장은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든다. 아이들은 자기보다 약한 학생을 괴롭히고, 이 서열화된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 약한 학생은 자살을 선택한다.

학교는 사회와 유리된 섬이 아니다. 청소년기 아이들 역시 이 사회의 일부다. 세상이 평화롭고 정의로운데 유독 학교만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일 리 없다.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사회 곳곳에 만연한 폭력, 차별, 경쟁 구조를 먼저 반성해야한다. 어렵고도 먼 길이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경쟁지상주의의 사회, 그것을 그대로 빼닮은 교육시스템, 이게 문제이다. 이 문제를 건들이지 않는 한 모든 해결책은 다 미봉책이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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