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정말 코앞이지만 이번 선거는 결과 예측이 정말 불가능하다. 애초에 정권 심판론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정권 심판론이 이념구도에 묻히더니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져 다시 심판론으로 복귀할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발언이 공개되면서 판세가 다시 요동치는 것 같다. 하나의 선거에서 이렇듯 몇 번씩이나 구도가 뒤집어지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상황이 이러니 결과 예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는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 그야말로 '예상'이기 때문이다. 먼저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경우다. 여기서 승리란 특정 정당이 140석 이상(재적의원 300석)을 차지할 때를 의미한다. 만일 새누리당이 14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당내의 다른 대선 주자들, 예를 들어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전 대표 등은 그야말로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사라질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고문이 부산에서 생환하더라도 박 위원장의 기세를 누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 혼자 연출 기획한 선거에서 대성공을 거뒀으니 대세론이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부산발 쓰나미의 위력은 반감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상당한 내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균열구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한명숙 대표 책임론은 물론이고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한 친노 세력의 책임론 등 그야말로 각종 책임론이 홍수를 이룰 것이다. 문재인 고문이 생환해도 대선구도는 불투명해진다. 물론 민주당이 몇 석을 획득하며 패배하는가 역시 중요하다. 즉 지더라도 132석에서 135석 이상을 차지하면 연대 파트너인 통합진보당과 계속 연정 관계를 유지하며 정국을 주도할 수 있기에 당내의 혼란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32석 이하를 얻을 경우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반대의 경우를 상정해보자. 민주당이 140석 이상을 차지해 승리하는 경우다. 이러면 민주당의 대선 구도는 어느 정도 정착될 것이다. 왜냐하면 친노는 명실상부한 당내 주류로 부상하고 문재인 고문을 중심으로 비교적 '정리된'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목해야할 중요한 부분이 또 있다. 바로 PK(경북 대구)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에 따라 친노 세상이 되더라도 문재인 고문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 있고 그 대안으로 김두관 지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상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이 만일 135석 이상을 얻고 패한다면 박 위원장의 대세론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정권 말에 치러진 선거여서 여당에게 본래 불리했을 뿐 아니라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의 의석수 120석을 훌쩍 넘었기에 친이(친이명박)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0석 이하로 지면 박 위원장의 대세론이 위협 받게 됨은 물론이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친이계들이 목소리를 내며 정운찬 전 총리 등을 옹립하며 독자 정치세력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박 위원장은 회복 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다.
가장 애매한 경우가 바로 120석 이상은 되지만 135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획득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공천을 받고 의원이 된 이들은 100% 친박(친박근혜)이라고 보면 되지만 문제는 이들의 임기가 5월 30일부터 시작한다는 데 있다. 반대로 보자면 친이계는 최소 19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할 때까지는 의원인 셈이라는 것인데 친이계는 이를 바탕으로 일대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상당히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보면 최소 135석 이상을 얻어야만 당내 분란도 잠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여야 모두 140석 이상을 획득하면 승리, 135석 이상을 획득할 경우는 최소 본전, 그 이하일 경우는 사실상 패배라고 할 수 있다. 11일 치르는 이번 총선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나도 궁금하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