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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람과 자동차가 부딪히면 /조준현

이자스민 씨 같은 사회적 약자 배려, 보수·진보 따로 없는 우리 사회의 의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2 19:33: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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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갑자기 자동차가 나타나는 바람에 놀라는 일이 있다. 반대로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사람이 나와 놀라는 일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놀라게 하는 일일까. 나의 경우에는 당연히 후자 쪽이다. 내가 다치는 일보다 남을 다치게 하는 일이 더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차도에서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자동차가 무단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과 부딪혔다면 누가 처벌받을까. 당연히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이다. 운전자로서는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겠지만, 사람과 자동차가 부딪히면 자동차가 처벌받는 것이 옳다.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가 받을 피해와 사람이 받을 피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걸어가는 사람보다 더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권력이든 권리이든 다른 이들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보호받아야 할까. 당연히 덜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을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 또는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부른다. 조금이라도 더 가진 사람은 당연히 덜 가진 이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일이 있지는 않은가 하고 주의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대단한 권력을 가진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 같은 보통사람도 사회적 약자들과 비교한다면 더 많은 권리와 혜택을 누리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에게도 그런 의무가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당선자인 이자스민 씨는 결혼 이주 여성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이 당선자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인신공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침 조선족 중국인에 의한 끔찍한 범죄가 벌어진 시점이어서, 우리 사회에서도 외국인 혐오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주민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국민 가운데에는 그들이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가 받아야 할 복지 혜택을 나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결혼 때문이든 이주 때문이든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 우리 곁에서 사는 이유는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한 해 3만 건을 훌쩍 넘으며, 다문화 가정 자녀가 이미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자스민 씨만 보더라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자녀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이며, 이미 한국 국적을 가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외국인이라고 부른다.

총선이 끝났다. 언론을 봐도 그렇고 정당들 자신의 논평을 봐도 그렇고 모두 여당의 완승이자 야당의 패배라고 말한다. 나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야당의 의석이 4년 사이에 무려 40석 이상 늘었고, 득표율에서도 거의 여당과 맞먹는 표를 얻었는데 이것이 어찌 패배라는 말인지. 특히 여당의 표밭으로 치부되어 온 부산에서 야당은 역대 어느 선거에서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이루어 보지 못한 대단한 성적이다. 그런데도 이것이 패배라면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기대했었단 말인지 모르겠다. 야당이 자신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뜻이다. 아무튼 남들이 다 패배라고 하니 그렇다고 하자.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진보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정당들은 왜 패배했을까. 이자스민 씨와 같은 이들의 권리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그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으며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 보수세력이 아니라 진보세력에 있다. 그런데도 이자스민 씨를 공천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다. 여당이 하는 생각을 야당이 못하고 보수가 하는 생각을 진보가 못했다면, 그런 야당이 여당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며 그런 진보가 보수보다 나은 점이 또 무엇인가 말이다.

이자스민 씨에 대한 인신공격이 논란이 되자 어느 야당 성향 언론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 가운데 인종차별적인 글은 불과 1~2%밖에 되지 않으니 문제가 안 된다는 투의 기사를 올렸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자스민 씨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의 당선자라도 그런 기사가 올랐을까. 이자스민 씨가 야당 당선자라면 보수 언론들은 더 심했을 것이라고 변명하지는 말자. 보수가 가는 길을 덜 가는 것이 진보가 아니라, 보수가 가는 길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진보이다.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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