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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봄날일기 /박남준

떨어지는 모란 꽃잎, 밤낮 우는 새소리, 연둣빛 적시는 비…여름을 부르는 풍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5-04 20:16:1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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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날들, 산과 들이 연둣빛으로 단장을 했다. 밀린 빨래를 해서 널려고 마당으로 나가다 들었다. 생김새와 이름과는 달리 썩 곱지 않은 소리, 웩 웩 웨괴괴객~ 아 파랑새가 왔구나. 뒤이어서 들려오는 릴리리 휘이요~ 맑고 고운 소리, 꾀꼬리 소리도 들린다.

두리번거렸다. 감나무 사이로 얼핏 보이는 노란빛, 저건 꾀꼬리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솟구쳤다 내리쳤다 개울 건너 아랫집 감나무 위 까치집을 뺏어 둥지로 삼으려고 넘보며 배회하는 녀석은 보나마나 파랑새가 틀림없다.

"잊지 않고 너희들 올해도 찾아와 주었구나. 야 고맙다 고마워. 반갑다 반가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새들을 좀 더 가까이서 살펴보기 위해 항상 창가에 대기시켜 놓고 있는 망원경을 들고 초점을 맞추느라 부산을 떤다. 방 안에 들어와 작년 달력을 찾아 들춰보니 보름 정도 늦게 왔다.

올봄 꽃이 피는 시간도 대략 그쯤 늦어서야 피었는데 여름 철새들이 날아온 날도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뭇 생명들은 어찌 그렇게 대자연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시간을 자로 재듯 알고 있는 것일까. 생명의 신비로움에 새삼 외경심이 든다.

밤으로 찾아오는 소쩍새와 호랑지빠귀, 바야흐로 여름 철새들의 노래로 두 귀가 즐겁겠다.

뜰 앞의 모란은 이제 꽃잎을 다 떨구고 뒤이어 흰해당화가 한창이다.

그런데 참 모란꽃처럼 사람들의 오해를 받고 있는 꽃도 없을 것이다.

신라의 선덕여왕이 모란자수를 놓았는데 벌과 나비를 넣지 않았다고, 후에 사람들이 중국에서 모란을 가져와 심어보았더니 향기가 없더라는, 그래서 선덕여왕의 지혜를 칭찬했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직도 지식백과사전 같은 곳에 나와 있다.

그런 글을 쓴 사람은 정말이지 모란꽃에 코를 대고 한 번이나마 킁킁거려 보았을까. 모란꽃의 향기를 맡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체 누가 모란꽃에 향기가 없다고 했을까. 향기로운 모란을 두고서 말이야.

꽃들이 게릴라처럼 숨어 있다가 아침마다 기습을 한다.악~ 악~ 악~ 나는 두 손을 들고 외친다. 그래 항복이닷 ~

작년이었던가. 떨어진 모란꽃잎을 주워서 작은 돌 수조 위에 꽃배를 띄워 놓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그것을 지켜보던 청개구리가 폴짝~ 뛰어올라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음~ 괜찮군 괜찮아." 내가 한 짓을 그렇게 말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이 무척 신기해서 얼른 사진기를 들고 나와 조심스레 사진을 몇 장 찍어 두었는데 내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풍경이 되었다.

작은 땀을 흘렸다. 화장실에 푹 삭은 똥거름을 거름을 내서 땡초고추 모종 여섯 포기, 오이 두 포기, 가지 한 포기, 토마토 두 포기. 그리고 도라지와 고수나물 씨앗들을 손바닥 텃밭에 심고 뿌렸다.

비 뿌리는 아침나절 엊그제 심어놓은 모종들이 와우 기분 좋아하는 것 같다. 일전에 심은 감자 두 고랑에 싹들이 쑥쑥 올라와 제법 키를 키우고 있다. 벌써 햇감자를 밥에 올려 쪄먹을 생각과 도라지꽃이 피는 풍경이 그려진다. 우산을 들고 텃밭 앞에 앉아 중얼거린다.

"언제 열려서 내게 나눠줄 거니, 맛 보여줄 거니?"

비가 많은 봄날이다. 올해는 물의 기운이 많은 해라고 그러더니 빗방울, 빗방울들. 작은 연잎처럼 생긴 깽깽이풀잎 위에 내려앉은 빗방울.

"거기 좀 앉아도 되겠니."

"그래 어서 와 여기 앉아도 돼. 난 잎도 넓고 이렇게 네게 내어 줄 잎도 많이 있지 않니."

송알송알 장난꾸러기 빗방울 몇 녀석이 대롱대롱 미끄럼을 타다 앗~ 톡 땅에 떨어진다. 흰해당화꽃도 빗방울을 함초롬히 머금었다. 아 흠~ 흰해당화꽃 고운 향내가 며칠 집 밖을 떠돌며 술독에 절은 꼬리꾸리한 내 몸을 적신다. 향기로운 빗질로 씻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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