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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휴머니즘의 미학 /박형섭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 존중하는 프랑스적 휴머니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01 20:27:0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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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르랭 장관 같은 인물 키운 밑바탕

프랑스 새 정부에 한국의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이 중기·디지털 장관으로 입각하여 화제다. 그녀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경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이후 프랑스인으로 성장하면서 무수한 장벽을 극복했을 것이다. 짐작하건대 그녀는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자신이 입양아 출신이라는 것, 얼굴색이 타인과 다르다는 것에 대해 절망도 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양부모들이 그녀를 지적이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양육했다는 점이다. 펠르랭은 그 이름처럼 행동도 의식도 프랑스인이다. 그녀가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코스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은 타고난 재능과 노력의 결실이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프랑스적 휴머니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사회에는 펠르랭처럼 출신지와 배경에 상관없이 정치, 경제, 학계,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한 사람들이 허다하다.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헝가리 이민자 출신의 아들이며, 세계적인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는 루마니아에서 귀화한 사람이다.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유대계 알제리인, 축구의 황제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 베르베르족 이주민 출신이다. 테니스 챔피언 야닉 노아는 흑인이지만 여전히 프랑스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또한 '도둑일기'의 작가 장 주네는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동성애와 절도행위로 수형인의 삶을 살았지만 위대한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프랑스적 휴머니즘의 수혜자들이다. 이 프랑스 정신은 인간의 동질성 그 자체에 대한 지고한 사랑에서 나온다. 입양과 이민, 정치적 망명 등 다양성의 인종정책도 이러한 차원에서 수행된다.

인류애라는 뜻의 휴머니즘은 프랑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자유 민주국가는 모두 인간 중심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대표적 인권국가로 부르는 것은 프랑스 사회에서 이 이념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실천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지구촌 어디에서든 인종차별이나 인권에 반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경우 연대감을 표하기도 한다. 인간들 사이의 차이를 너그럽게 인정하는 것, 가치관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의 의미인 톨레랑스(관용)는 바로 여기서 나온 미덕이다.

골(Gaule)족인 프랑스인들은 기질적으로 동일성이나 획일화된 형식을 혐오한다. 그들은 오히려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 이데올로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차이는 다원주의 속에서 용해되어 조화의 미학으로 승화된다. 그들은 절대적 가치에 대한 신봉이나 순혈주의는 나치와 같은 파시즘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역동적 상상력과 창조적 감정은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충돌과 융합 속에서 솟아난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이 여러 악기들의 화음을 통해 절정의 음감으로 완성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삶에의 인식은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것이 프랑스의 매력이며 강점이다. 이 나라를 여행하거나 이방인으로 살면서 법과 제도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인종적 차별로 비인간적 처우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펠르랭은 인터뷰에서 "우수한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 프랑스 사회이고,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차별을 느낀 적은 없다"고 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나 K팝 같은 문화한류 역시 휴머니즘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계인들이 특별히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인간적 호소력을 지닌 동시대적 정서와 감수성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인류애는 국가나 민족을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곳에 있다. 바로 이것이 열린 삶이요 글로벌시대의 존재 방식이다. 열린 삶이란 나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 양자의 상호관계 속에서 인격적 존중과 화합을 통해 미적 쾌감을 얻는 것이다.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학술원 회원인 프랑수아 쳉은 말한다. "아름다움에는 세상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 내포돼 있고, 연민과 정의감에 대한 절실한 요구, 우주적인 울림에 대한 완전한 열림이 있다." 그의 말 속에서 휴머니즘 미학의 본질을 본다.

부산대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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