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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지금 행복하십니까 /염창현

부산 경제행복지수 16개 시·도 중 13위…체감경기·지표 뒷받침, 하반기 호전 기대 못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1 19:36:1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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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취재차 라오스에 갈 기회가 있었다. 썩 내키지는 않았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 있는 데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서도 경제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왕이면 여러 가지 시설이 잘 갖춰지고 치안이 좋은 곳에서 몸 고생하지 않고 다녀오길 바랐던 까닭도 있었다.

현지에 도착을 하자 걱정은 점점 현실이 됐다. 수도에 있는 공항은 국제공항이라고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타 도시로 이동하는 비행기는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였다. 기류 변화에 따라 얼마나 흔들리던지 이대로 추락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겁이 더럭 났다. 괜히 왔구나 하는 후회가 다시 한 번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다음 날부터 달라졌다.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것들이 그 곳에는 있어서였다. 풍요롭지 않았지만 그 현실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고, 낯선 사람들에게도 넉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독기 어린 표정으로 거리를 거니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아침 공양을 위해 거리로 나와 탁발을 한 승려가 그 음식을 더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가 몇 수 아래로 여기던 라오스가 뉴욕타임즈 선정 '꼭 가봐야 할 나라' 순위 1위에 올랐고 '행복지수가 최고인 나라'라는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귀국을 하고도 그 여행의 추억을 잊지 못하던 때였다.

한 개인의 여행 경험을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은 것은 얼마 전 '부산의 경제 행복지수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가 된 기사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은 경제행복지수 39.1을 얻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3위에 머물렀다. 거의 꼴찌인 셈이다. 편집기자는 '부산 사람들, 경제적으로 불행'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경제 행복지수란 경제적 안정과 우위, 발전, 평등, 불안지수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고 한다. 행복이라는 것을 측정한다는 자체가 아주 주관적이고 조사 방법에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단점을 애써 무시하고 조사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면 부산은 '사람이 살기가 힘들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은 많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할 때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 받은 부산지역의 가계대출 액수는 무려 35조9000억 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 규모다. 대출 연체율도 숨가쁘게 올라가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부산은행 새희망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올 초 1%를 넘어선 뒤 3월 말에는 1.29%, 5월 말에는 1.66%까지 높아졌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뚝 떨어졌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6월 부산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104다. 그 전달의 109에 비해 5포인트가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제상황을 좋게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고, 그 아래라면 불만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지수가 어디까지 내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점에서 반전이 되지 않는다면 서민 생활이 더 팍팍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현실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비단 부산지역만의 일은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4.20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32위로 나타났다. 평균지수 6.23에서도 훨씬 뒤처져졌다. 한국보다 뒷자리에 있는 나라는 터키(2.90)와 멕시코(2.66) 뿐이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호전을 기대할 만한 물리적 요인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여러 기관이 전망하는 하반기 경제지표는 여전히 암울하다. 정권교체기에는 뚜렷한 경제 부흥책이 나오기도 힘들다. 국제환경 역시 우리 편은 아니다. 이쯤되면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로 젖혀두고 마음이나마 편하게 먹자고 다짐할 수밖에 없다. 행복지수는 스스로 올리면 될 일. 참 근데 휴가철이 되니 왜 다시 라오스가 생각날까.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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