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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대 폐지가 아니다 /김갑수

'종부세=세금폭탄'으로 덧씌운 보수세력, 국공립대 통합안도…상징조작·무력화 시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1 19:37:5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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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불쌍한 사람이 1970, 80년대에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등에 진학한 사람이라고 농 삼아 말한다. 대등한 성적으로 연고대를 갈까 고향 명문대를 갈까 망설이다 부모에게 부담 주기 싫어 서울 유학을 포기했던 그들은 족쇄와 같은 학벌사회에서 속수무책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들의 자녀는 '서연고 서성한'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서 제 부모의 학력을 이른바 '지잡대' 출신쯤으로 여긴다. 그 시절 공대에 가려는데 서울공대는 다소 힘겨워 유감없이 한양공대를 택했던 사람들, 서울대 낙방하고 재수가 하기 싫어 외대 영어과로 진학한 사람들 역시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게 다 팔자고 운명이려니 해보지만 현실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문제는 자기 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스카이(서울대, 고대, 연대)를 나와 미국 아이비리그쯤에 유학해서 최상위권 사회주류의 일원이 되는 코스는 정해져 있다. 몇몇 특목고와 서울 강남의 명문고가 휩쓸어 버리는 탓이다. 현재의 대입상황을 알고 있다면 저 하나 똑똑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스카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못한다. 일류대 입학사정관의 심사를 통과할 스펙을 쌓는 일이 어떤 건지 고3 수험생을 두고 있는 나는 잘 안다. 한마디로 그 스펙의 대부분은 부모의 몫이고 강남권 고급정보의 결실이다. 복권 당첨되는 듯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사회 주류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학벌계급으로 형성된 신귀족사회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오래전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서울대 폐지론을 주장하여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04년 민노당도 총선 공약으로 같은 취지의 발표를 했다. 17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도 초기 공약으로 제안한 적이 있고 이번 19대 대선공약으로 민주통합당이 유사한 안을 내세울 듯하다. 그런데 그 명칭이 매우 잘못되었다. 서울대 폐지론이라니! 서울대 자체가 사회악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나라나 최고 명문대는 존재하는 법인데 마치 서울대 못 들어간 패배자들이 한풀이 복수극을 벌이는 듯한 이미지를 그 '폐지론'이 안겨준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동안 주장된 안을 들여다보면 매우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안인 것을 알 수 있건만 기존의 권력질서와 서열의 온존을 원하는 보수세력은 입을 모아 비난하기에 바쁘다.

이번에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안 역시 서울대 폐지론이 아니라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안'이다. 국립대 서울 캠퍼스, 부산 캠퍼스, 광주 캠퍼스쯤으로 불릴 텐데 가령 서울 캠퍼스는 기초학문, 부산 캠퍼스는 경제경영, 광주 캠퍼스는 테크놀로지가 특화되는 식이다. 한 10만 명쯤의 전국 국립대생이 사립대 10분의 1쯤의 학비만 내고 기존 서울대 수준의 교수진과 국가지원으로 교육받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지금의 끔찍한 중고교 교육 현실은 많이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소위 엘리트 교육은 대학원 과정을 강화하면 된다.

유럽의 부유세를 대신한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 그 제도를 극렬 반대한 대다수는 종부세를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이었다. 국공립대 통합안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찬성 15.2%, 반대 55.4%로 나왔다. 아마도 반대하는 55.4%의 대다수 역시 서울대를 바라볼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극소수 상위층의 특권을 다수 대중이 떠받드는 이 아이러니. 이 모순고리를 풀어야 한다. 서울대 확대를 뜻하는 국립대 통합안의 문제점은 100가지라도 창조해 낼 수 있다. 당장 국공립대가 하류대가 되고 연고대가 서울대를 대신할 거라는 둥 검증 불가능한 비판이 난무하고 있다.

행정수도 건설을 '천도'라는 용어로 덧씌우고,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호도해 무력화시켰듯이 국공립대 통합안 역시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보수언론의 상징조작에 휘말려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서민과 소수 특권층의 이해관계는 합치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의 특권질서를 영속화하기 위한 보수세력의 현란한 언어공학을 꿰뚫어볼 혜안이 절실하다. 학벌로 평생 출신 계급이 나뉘는 이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대학운영을 흡사 수익사업처럼 여기는 사립대 수가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후진성이 극복되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국공립대 통합안이다. 다가오는 대선이 바로 그 기회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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