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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감자 캐는 날 감자를 먹일까 하다가 /박남준

대통령 꿈꾸는 그대…엉뚱한 삽질 말고 감자밭에 가봅시다, 땀의 단맛을 알지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3 20:12:0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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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케이블카 문제가 일단은 부결되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동안 애를 쓴 사람들 위로하는 자리를 겸하여 노고단에서 조촐한 기념행사를 한다는 연락이 왔다. 노고단에 가서 시낭송을 하고 돌아오는 길가, 물레나물 노란 꽃 한 송이에 잠시 가던 걸음을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멈췄던 것이 아니라 물레나물꽃이 내 발길을 잡았다는 표현이 더 맞다. 어라 너 올해 처음 본다. 반갑다 반가워~ 인사를 하고 앞서 내려가는 동행들 뒤따르는데 자꾸 뒷덜미를 잡아끈다. 뭐가 그렇게 급하냐고 귓가에 소리친다. 일행들의 모습이 더 멀어졌다. 망설이다 결국은 다시 뒤돌아선다.

사진기를 꺼내들고 그 물레나물꽃 들여다보는데 물레나물꽃, 바람개비 같은 꽃잎을 달고 힘차게 꽃 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너 지금 그렇게 햇빛을 네 꽃잎물레에 돌려서 노랗게, 샛노랗게 불을 켜고 있는 것이냐.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으면,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그런 생각 들지 않았을 것이다. 작은 나비 한 마리 나풀 날아와 나도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슬쩍 끼어든다. 오호~ 그래 그래 그림 된다야. 너도 함께 찍는다. 자- 하나 둘 찰칵.

산을 내려온 다음 날 아직껏 캐지 못해서 자꾸 눈에 밟히던 손바닥만 한 텃밭의 감자 두 고랑, 비가 오면 흙이 마르면 해야지, 날이 쨍하면 여기저기 놀러가기 바빠서 차일피일 미뤄두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푸른 기운이 돌며 그나마 남아 있던 잎이며 줄기도 이제 시들어버렸고 무엇보다도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더 미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긴 옷으로 갈아입고 목에도 수건을 둘러 무장을 단단히 했다. 주렁주렁 호미 끝에 감자네 일가족이 손을 잡고 매달려 나온다. 오줌 몇 통 받고 삭혀서 뿌려주고 감자 씨를 심을 때 재와 함께 버무려두었던 화장실 똥거름을 밑거름으로 낸 것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토실토실 달려주었구나.

작은 땀을 흘렸다. 며칠 무겁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감자밭에 엎드려 절을 해야겠다. 문득 이발소 그림이 떠올랐다. 밀레의 만종은 왜 그렇게 어린 날의 이발소마다 걸려 있었을까. 고맙습니다. 작은 종이상자 하나가 꽉 채워졌다.

작은 것은 조려서 반찬으로, 껍질을 깎아서 밥 위에 쪄 먹기도 하고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을 해먹기도 하겠지. "감자에 잎이 나고 싹이 나서 쌤쌤쌤~." 무슨 놀이였더라. 가위 바위 보 였던가? 어렸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놀던 장면이 얼핏 스쳐간다. 희미하다. 흔들리며 가물거린다.

그때 행복한 기억을 뚫고 걸려온 전화, "아네 네 저도 압니다만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참 이상한 나라다. 아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했으니 온갖 비리와 위선으로 치장을 한 지금의 대통령을 뽑아놓은 국민수준이 어디 가겠는가.

공주인 양 살며 이 나라를 위해 참된 땀 한 방울 흘려보지 않은 사람이 대선후보로 나서는데도 열광을 하는 판이다. 쇼를 하는지 뭐하는지. 시를 씁네 하며 기만을 일삼는 자도 나서는데 깨끗한 일꾼으로 열심히 일해 달라고 뽑아준 지자체장마저 지역민들의 뜻을 무시한 채 덩달아 나대겠다는 전화소식이야 사실 마음 상할 일만도 아니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없겠지만 그들이 만약 우리 집에 온다면 뜨끈뜨끈 김나는 솥에서 막 쪄낸 뜨거운 감자를 먹이고 싶다. 발밑에서 뭐라고 뭐라고 무슨 소리가 들린다. 싫어 싫어요. 그래, 열심히 제 할 일을 묵묵히 다하여 알곡을 이뤄놓은 텃밭의 감자들이 화를 내겠지. 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대선이 시작되면 저마다 얼마나 이나라를 더 망칠 기발한 공약들을 쏟아낼까. 그러나 궁금하지 않다. 뻔하다. 여기저기 산과 강, 들녘이 파헤쳐지는 인간중심의 난개발은 변함 없을 것이며 바다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며 울부짖고 있을 것이다.

초복이 머지 않았다. 이 여름 더운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한다. 한 끼 밥을 먹으며 두 손 모은다. 당신들의 땀방울로 이 밥상이 차려집니다. 고맙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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