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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확신과 물신 사이 /조준현

비판여론 높을수록 자신은 옳다고 믿는 物神化에 빠진 MB…미망에서 깨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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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7-22 20:50:3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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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어느 도시에 착한 담배팔이 처녀가 있었다. 하늘에서 그녀의 선행을 본 조물주는 천사들을 보내 그이의 소원을 들어주라고 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작은 담배 공장 하나. 그녀는 담배 공장을 차려 돈을 벌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어 했다. 천사들은 기꺼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고약한 문제가 일어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켜야 했고, 더 가혹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벌고 싶다던 착한 담배팔이 처녀는 이제 그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잔인한 공장주가 되고 만 것이다.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의 작품 '사천의 착한 여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제11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습지 파괴상'을 받았다고 한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총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습지를 비롯한 환경과 생태계 보존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장하며 세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습지 훼손을 안타까워 한 지 채 4년도 안 되어서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4년 전 람사르 총회에서 한 대통령의 연설은 거짓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통령은 진정으로 4대강 사업이 친환경적이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믿었고 또 믿고 있을 터이다.

내가 걱정스럽게 여기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대통령의 거짓말이 아니라 그의 진심과 확신이 더욱 걱정스럽다.

가끔 이명박 정부를 보노라면, 국민과 언론의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자기반성의 이유가 아니라 자기 정당성의 근거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국민이 반대하면 할수록 내가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인다는 이야기다. 측근과 친인척들이 비리로 줄줄이 조사를 받고 구속되던 때에 대통령은 이 정부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했다. 그 말 역시 대통령의 진심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이가 뇌물을 받아 구속된 마당에도 아마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대통령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후보자나 인권위원장 후보자가 그 자리에 적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토록 들끓는다면, 대통령이 귀 기울여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옳다. 그러나 대통령은 비판 여론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굳게 가지는 듯싶다. 그래서 또 더더욱 걱정스럽다.

청와대와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KTX의 민간사업자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제라도 잘한 일이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공기업 체제에서는 경영의 효율성과 수익성이 떨어지기 쉽고, 또 그렇게 생긴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경우 가장 효율적인 공항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니 굳이 외국 자본에 팔아넘겨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KTX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부가 민간에 넘기겠다는 사업은 적자를 낳는 저수익 비효율 부문이 아니라 코레일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다. 수익성 높은 부문은 재벌에 팔아넘기고 적자 부문은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두 민영화는 무조건 옳다는 그릇된 자기 확신의 결과이다.

착한 담배팔이 처녀가 악한 공장주로 전락하고만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그녀에게 돈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는데, 돈에 집착하면서 그것이 목적으로 뒤바뀌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단을 목적인 양 착각하는 현상이 바로 '물신화(物神化)'이다. 가령 민영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그것을 마치 목적인 양 착각하고 있다. 인천공항이나 4대강을 비롯한 숱한 정책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기 확신에 너무 취한 나머지 물신화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임기가 겨우 반년 남짓 남았다. 이제라도 마치 스스로를 박해받는 선지자인 양 착각하는 미망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야 옳지 않겠는가.

경제평론가·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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