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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센텀시티에서 뮤지컬 감상하기 /박형섭

영화의전당 건너편 전용극장 생겨, 콘텐츠 잘 갖추면 한류 새 구심축 가능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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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8-10 20:06:1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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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을 감상하는 일, 그것은 가장 고귀한 미적 체험이다. 일상이 바쁜 현대인들은 가볍고 보다 감각적인 것에 민감하다. 그래서 예술의 형식도 대중의 기호에 맞게 변화해 간다. 이들에게 가까운 도심에서 정신적 휴식과 정서적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공연을 보는 일은 더없는 행복이다.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겼다. 이번에 개관한 소향예술센터는 영화의전당 건너편에 있다. 인근에 수영강이 흐르고 부산문화콘텐츠센터, 디자인센터, 벡스코, 시립미술관, 대형 쇼핑몰 등이 집중해 있어서 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또한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뛰어나 부산의 문화예술 콤플렉스로서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이제 콘텐츠만 잘 갖춘다면 센텀시티는 국내 유일의 대중예술의 메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소향아트센터의 첫 공연작 '광화문 연가'를 보러갔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창작뮤지컬이라는 데 의미를 두었다. 뮤지컬은 현장에서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종합예술이다. 객석은 무대와 하나가 되어 작품의 완성에 기여한다. '광화문 연가'는 우리의 귀에 익은 노래들로 재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뮤지컬의 핵심은 당연히 노래이다. 거기에 연기력을 겸한 배우-가수들의 춤이 더해지니 볼거리가 풍요롭다. 인물들의 이야기는 노래를 전달하는 부수적 장치이지만 뮤지컬의 흥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주인공 상훈은 작곡가이다. 그와 운동권 출신의 후배 현우 사이에 여주라는 여자가 있다. 극적 진행은 바로 이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속적인 스토리이지만, 이 평범한 내용을 어떻게 다채로운 뮤지컬의 기호들로 형상화할 것인가. 관객들은 대리배설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든 감각을 열고 퍼포먼스를 즐기길 원한다. 그들에게 배우들의 표정이나 몸짓, 의상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이다. 나는 이번 공연의 두드러진 특징을 미장센 즉 무대세트에서 찾고 싶다. 투영막을 활용한 이미지들의 중첩된 흐름, 무대바닥의 높낮이 조절, 양쪽에 설치된 회전무대 등. 1980년대 시위현장과 광화문 일대의 풍경, 덕수궁 돌담길 등은 추억의 서정성을 되살리는 데 최적이었다. 무대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으로 이끌고 갔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실연은 뮤지컬의 격조를 높였다. 커튼콜은 배우들과 관객들이 '붉은 노을'을 합창하는 것으로 끝났다. 카타르시스와 전율이 동시에 일었다.

뮤지컬은 연극보다 가볍고 오페라보다 부담이 적다. 배우의 가창력과 연기, 멜로디가 대중들을 매료시킨다. 희극적인 내용은 웃음을, 비극적인 내용은 눈물을 짜낸다. 극중의 노래들인 뮤지컬 넘버에는 극의 흐름, 배우의 감정이 스며 있다. 그래서 노래들이 낯설지 않고 드라마와 잘 어우러진다. 노랫말은 극의 상황, 인물의 성격과 부합하고 극의 줄거리를 전개시키는 역할도 한다. 가사가 극본과 음악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때 훌륭한 뮤지컬로 완성된다.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는 상업지역 이상으로 뮤지컬 거리로 유명하다.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관, 연극, 오페라, 콘서트, 뮤지컬 등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캣츠', '팬텀오브 오페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같은 세계적인 뮤지컬들이 지금도 연중무휴로 상연된다. 이 걸작들은 상설의 전용극장을 통해 언제나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그 자체로 명소가 된 것이다. 하나의 예술품이 세계적으로 성공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문화적 이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의 창작 뮤지컬 '명성왕후'(1997)가 뉴욕 링컨센터에 진출한 것은 가능성이다. 뮤지컬은 케이팝처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음악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뮤지컬들은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도 흥얼거리는 매혹적인 뮤지컬 넘버를 갖고 있다. 그것이 흥행의 원동력이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피카디리에서처럼, 해운대 센텀시티에 가면 기억에 남는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장르의 스펙터클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해운대가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 한류 네오르네상스의 구심축이 되기를 고대해 본다.

부산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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