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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철수와 문재인, 그들의 권력의지 /김갑수

강고한 권력의지로 충만한 여당 박근혜…시대에 '등 떠밀린' 야권 문재인·안철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28 20:15: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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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 누굴 택할까

대통령 자격으로 '권력의지'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내력이 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한 유명 정치평론가가 문재인을 평가하면서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장점도 있지만 문재인에게는 결정적으로 권력의지가 미약하다고. 그 말이 인상 깊게 각인된 탓인지 문재인에게는 권력의지 박약이라는 꼬리표가 마치 흠결인 양 따라다니곤 했다. 특히 정치 참여 여부를 놓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모습에서 의지박약의 이미지는 가중됐다.

흥미롭게도 문재인이 연대의 대상으로 여기는 안철수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여왔다. 근 1년 넘게 안철수는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선택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다. 당사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데 국민이 성화를 하며 정치참여를 촉구한다. 그 증거는 집권 여당후보를 뛰어넘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입증한다. 국민이 등을 떠밀어 옹립하려는 정치리더.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정치현상을 목도하는 중이다.

안철수가 정치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는 간명하다. 자신이 적임자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당선에 이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중인 문재인 역시 안철수와 동일한 사유로 정치참여를 유보해 왔었다. '혁신과 통합' 모임을 주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딛게 됐을 때도 문재인의 자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국정 실패를 더 방관할 수 없다는 소명감을 그는 강조했다. 다른 말로 풀면 꼭 자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은 시대가 요청하는 사명을 위해 잠시 '근무'를 하겠다는 처신을 보인다.

흥미로운 현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라고 해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박근혜의 지지율이 치솟는 것은 정상일 터이다. 하지만 크게 변동이 없다. 왜 그럴까. 바로 같은 시기에 '안철수 룸살롱', '안철수 여자 관계' 식의 검증을 빙자한 흠집 내기가 횡행했다. 최대치로 치솟을 수 있었던 박근혜의 지지율을 흠집 내기에 대한 반감이 상쇄시켰다고 나는 판단한다. 안철수의 등을 떠미는 유권자들이 그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의식까지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문재인도 비슷한 정황에 놓여있다. 시중의 막말로 '개판 오 분 전' 지경까지 치달았던 민주당 대선후보 순회경선이 모바일 투표 논란 끝에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후보자들 간에 사전 합의가 이루어진 경선 룰을 세 불리하다고 트집 잡아 아예 판을 깨려 들다니!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염증은 이럴 때 생겨난다. 그리고 가장 정치인답지 않은, 품격과 금도를 지키려는 인물에 대한 선호가 더욱 커진다.

어째서 경쟁자들은 모바일 참여자인 일반 국민이 문재인 후보에게 과반 넘는 득표를 안겨주는지 그 까닭을 모르는 것일까.

권력의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권력욕이 된다. 그 말과 함께 곧바로 떠오르는 과거의 정치리더들이 있다. 무서운 권력욕으로 자국민을 투옥, 고문, 살해했던 얼굴들. 그리고 또 다른 얼굴들이 있다. 박찬종, 이인제처럼 과도한 권력욕이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망가뜨린 경우들. 정치가 정당인의 전유물이었을 때 권력욕 또는 권력의지가 리더십으로 작용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유권자의 직접 참여로 정치과정이 실현되는 오늘의 정치현장, 특히 당 대표조차 일반 국민이 선출하는 제1야당 민주당의 경우는 인물 됨됨이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로 부각된다. 여기에 더해 지지자들은 그 인물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메워주려는 의지로 충만하다. 야권 지지자들은 스스로가 정치주체임을 선언하고 나선 지 오래다. 그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이고 한국 정치의 발전 과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불통' 소리까지 들으며 강고한 권력의지로 충만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앞에 유력 야권주자 두 명이 맞서 있다. 그 둘은 공통적으로 권력의지가 박약하다. 한 사람은 지식인 또 한 사람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국민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까. 강력한 권력의지를 택할까 언제라도 자리를 내어주려는 신사를 택할까.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수준에 도달해 있는 걸까.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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