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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논어에서 배우는 살기 좋은 도시 /강영조

진정한 화합 위해선 차별화한 절제 필요…간판 등도 품격 갖춰 조화로운 도시 완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29 19:21:4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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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논어'를 읽었다. 고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를 실제 '논어'에서 확인하고는 왠지 고전을 읽는 지적 만족감에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논어'는 알다시피 공자의 사상적 근간을 이루는 책이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형찬 교수는 공자의 시대에는 특히 '예(禮)'를 가르치는 지식인이 많았다고 하면서 그들은 제후나 세도가들에게 예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교육, 문화, 정치 등에 관해 자문을 해주고 생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그 중 공자의 예가 특별하게 주목 받는 것은 예라는 번잡한 형식을 왜 따라야만 하는가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철학적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근데 '논어'를 읽다보면 딱딱한 유교적 교리라기보다 인간 생활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를 통해 순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예를 통해 도리에 맞게 살아갈 수 있게 되며, 음악을 통해 인격을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공자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문학과 예, 음악과 같이 감정과 관련 있는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하고 있다.

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예의 기능은 화합이 귀중한 것이다. 옛 왕들의 도는 이것을 아름답다고 여겨서, 작고 큰일들에서 모두 이러한 이치를 따랐다. 그렇게 해도 세상에서 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합을 이루는 것이 좋은 줄 알고 화합을 이루되 예로써 절제하지 않는다면 또는 세상에서 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의 본질은 화합하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합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화합만 해서는 인간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여기서 절제가 필요하다. 절제는 다시 말해서 차별화다. 차별화를 통한 화합이다.

사람이 사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도로를 예로 들어보자. 도시에는 그 기능에 따라 다양한 도로가 정비되어 있다. 도시 간을 고속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고속도로와 국도, 도시 속을 관통하는 간선도로와 중심 상업지역의 도로, 그리고 한적한 주택지 내의 소로, 골목길 등 다양한 도로가 존재한다. 살기 좋은 도시란, 이들 도로가 각자 자기의 역할에 따라 제각각 온전한 모습으로 정비되어 있는 곳이다. 자동차가 고속 주행을 해야 하는 고속도로를 도시 속을 관통하지 않도록 하고, 도시 간선도로는 고층 상업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넓게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가의 도로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동차의 서행과 보행자의 안전성을 고려하여 간선도로에 비하여 좁고 다소 굴곡진 선형이 바람직하다.

간판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나 도시의 간선도로, 뒷골목 시장거리에 내거는 간판은 그 도로의 기능이나 역할에 따라 각각 다른 크기나 형태로 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속도로의 간판은 고속으로 질주하는 운전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글자와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지지만, 도시 간선도로 간판의 경우, 그 형태나 색상, 그림 등을 선택할 때에는 보행자와 운전자, 승객 등 그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 또 그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도로에 내거는 간판인 만큼 도시의 얼굴에 어울리는 품격과 절제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비해 뒷골목 간판은 느릿하게 걷는 사람들에게 가게 주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크기도 가게 폭에 맞추어 자그마하고 글자 모양이나 색도 은근하며 또 간판을 내거는 곳은 눈높이 정도 적당한 곳이 좋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도시 내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예를 갖추고 절제하면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도시 공간, 또 도시를 이루는 공간들이 서로 조화로운 화합이 필요하다. 주위 경관과는 무관하게 자기만 튀려는 탐욕스러운 도시를 바라보면서 새삼 '논어'의 가르침을 되새겨본다.

동아대 교수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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