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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랜드마크와 부산의 건축 /강영조

필요성 관계없이 무분별한 건물들…'시민의 행복'이란 본래 목적 찾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0-31 19:44:47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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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부산에 새로 지어지는 건축을 말할 때 그 건축의 특징으로 랜드마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건축이 들어서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다는 식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부산 랜드마크'라는 검색어로 뉴스를 검색해보니, 제일 최근에 북항재개발 지구에 건설될 예정인 오페라하우스의 설계공모 당선작에도 어김없이 랜드마크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뒤이어 북항에 건설되는 국제여객터미널 건물은 세계를 향해 물살을 가르는 고래를 형상화하여 랜드마크로 건설한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 다들 고층에다 눈에 확 띄는 외관을 가진 건축물들이다.

랜드마크라는 용어는 도시경관을 설명할 때 사용한다. 이 용어를 도시경관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도시경관학자 케빈 린치다. 랜드마크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길 찾기를 위해서 참조해야 하는 점이라고 정의한다. 린치는 아름다운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알기 쉬움'을 들었다. 도시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얘기다. 지금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때 인간은 안심하고 그리하여 미적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서 그 도시를 알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랜드마크, 다시 말해서 자기의 정위를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건물이나 장소가 그 도시의 도로나 지리적 구조와 잘 어우러지도록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랜드마크는 말 그대로 눈에 잘 뜨이는 건물이나 장소다. 눈에 잘 뜨인다는 것은 다른 것과 구별된다는 말이니 규모나 색, 형태가 주위의 것들과 다른 것들이 랜드마크가 된다. 초고층 건물이나 고래를 닮은 거대 건축물이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오래된 건축물이나 녹지, 바다와 같이 오픈스페이스도 고밀도 도시에서는 랜드마크가 된다.

케빈 린치가 아름다운 도시의 구성요소로 랜드마크를 들먹인 것은 그들만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랜드마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미국의 도시는 턱 없이 넓고 또 도로는 지도 위에 자로 쭉쭉 그려 만든 격자형 구조여서 자칫 길을 잃기 쉬운 구조다. 길을 잃어 본 사람은 잘 아는 것인데 그때의 난감함이란 거의 공포에 가깝다. 그러니 자기가 현재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이고 또 어디로 해서 목적지로 가야 하는지는 알려주는 참조점으로써 랜드마크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나는 부산에 지어지는 공공 건축물이나 고층 건물이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부산은 미국의 거대도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부산이라는 도시는 바다와 강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부산에서 살고 있노라면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산과 바다, 강 중 어느 것 하나는 눈에 들어온다. 아니 직접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그런 자연의 낌새는 느낄 수 있다. 차를 몰고 시내를 지나다보면 차창 너머로 항구나 해수욕장을 수시로 보게 된다. 산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고 강물은 그 산자락 사이에서 흘러나와 항구나 해수욕장으로 흘러내려간다. 그러니 주위 산천만 살피면 내가 지금 서 있는 여기가 부산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부산이라는 도시에 살아왔던 사람들은 산과 강과 바다를 랜드마크로 삼아왔다. 그런 도시의 지리적 구조를 무시하고 무턱대고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면서 공공건축물이나 집합 주거 건축을 특이한 형태나 고층으로 건설했다. 지금까지 부산 시민의 랜드마크였던 바다나 산, 강을 가려버리는 결과가 되어 도시를 더 뒤죽박죽하게 만들어 버렸다.

랜드마크는 좋은 건축물의 수사 언어가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다만 눈에 띄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건축이라는 것은 그 안에 무엇인가 담으려고 공간을 만드는 행위이다. 그 공간이 쓸모 있게 지어지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그 장소를 사용하게 될 때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지어지는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건축의 목적이 랜드마크가 아니라는 점을 되새기게 해준다. 이제부터라도 부산 건축의 목적을 랜드마크에서 시민의 행복한 삶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한다. 랜드마크는 산하에 맡기고.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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