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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근혜 정부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다 /김갑수

대학자율화 정책으로 마냥 높아진 등록금, 새 정부서 더 나은 경감대책 내놓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19 20:55:3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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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의 첫 학기 등록금을 냈다. 800만 원이 넘는다. 왜 내야 하는지 모를 입학금이 포함되어 있다지만 많다. 너무 많다. 의대 같은 특수전공도 아닌 사회과학 계열인데 왜 이렇게 많아야 할까.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깨닫는 모양이다. 반값 등록금 요구가 어째서 거센 사회적 현안이 됐는지 실감한다. 며칠 전 이른바 명문대 교수가 지인들을 몰고 내 작업실로 놀러왔다. 선물로 들고 온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이 꽤 근사했다. 무심코 라벨을 읽다보니 어라, 그가 재직하는 대학의 문양과 이름이 떡하니 새겨져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니 대학 측이 선물용으로 주문 생산한 것이란다. 2만 병을 수입했는데 인기가 좋아 1만 병을 더 주문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흐뭇해하는 그에게 등록금 올려 와인 구매에 쓰느냐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가끔씩 대학 초청으로 특강을 나가기도 하는데 언제나 놀란다. 캠퍼스 내에 엄청나게 늘어난 건물들에 우선 놀라고 그 건물 설비와 장식의 호화로움에 또 한 번 놀란다. 저 보르도산 와인과 세련된 건물의 수준만큼 학생들은 잘 배우고 있을까.

대한변협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수사의뢰를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떠오른다. 될수록 그의 선의를 이해해 보고 싶다. 연간 1000만 명이 오가는 국제도시 서울을 멋지게 '디자인'해보고 싶었으리라. 디자인 서울의 기치를 높여 세빛둥둥섬이 지어지고 누추한 세운상가 대신 세련된 가든파이브를 지어올렸다. 손바닥만 한 세운지구 한구석에 1000억이 투입되기도 했다. 오페라하우스며 강남북 간의 초특급 급행도로가 입안됐다. 그런데 문제는 멋진 디자인보다 더 다급한 사정의 주민들이 많았다는 데 있었다. 언제까지 누추한 도시외관을 방치하고 살 것이냐 하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다. 지금 오 전 시장을 두둔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박근혜 정부의 17개 부처 각료 후보자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강청약내(强靑弱內), 즉 강한 청와대와 약한 내각이라는 평가가 설득력 있게 느껴질만큼 자기 색깔이 옅은 장관 후보자들 일색이다. 행정부, 학계, 법조계 출신이 압도적 다수인데 좋게 보면 정치적 인선이 아니라 전문성 강화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출신을 두고 꼭 미리 예단할 일만도 아니다. 기대감을 갖고자 한다. 하지만 어떤 기대감을 가져야 할지 예측이 되질 않는다. 모든 관심은 박근혜 정부의 시대적 소명에 집중된다. 대선 기간 내내 화두이자 과제는 경제민주화와 그를 토대로 한 복지강화였다. 산업화에서 민주화를 거쳐 그 다음 과제가 선진화라는 성장주의가 아니라 복지사회 구현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사회복지 지표를 따지기 이전에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생활의 고통이 너무 큰 탓이다. 이런 와중에 호화사치재 수입이 2012년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관세청 발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말 이런 식으로 양극화가 제어되지 않고 심화된다면 사회공동체의 붕괴를 전망하게 될는지 모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나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의 어떤 이력에도 경제민주화 또는 사회정의, 사회복지에 대한 헌신과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검사로 일관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는 말할 것도 없다. 대기업의 독과점 행태를 국가가 제어하고 복지사회를 앞당기겠다는 당선인의 공약이 과연 누구를 통해 추진될 것인가. 청와대가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일까.

대학자율화 정책으로 마냥 높아진 등록금에 대해 시민사회가 동의하지 못하듯이, 오 전시장의 '디자인 서울'의 결과물에 대해 보수적인 대한변협조차 수사의뢰를 하고 나섰듯이 단기적 경제활성화를 기대하고 성장주의로 나섰다가는 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큰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대기업 성장을 의미하는 경제지표에 환호하는 수준의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매출실적을 내 일처럼 기뻐하기 보다는 그 과실이 내 삶에 어떻게 돌아오는지 사람들은 따져보고 있다. 강청내각이든 실무자급 장관들이든 상관없다. 김영삼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내놓듯이,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열듯이, 노무현 정부가 파격적으로 권위주의를 해체시키듯이 새 정부도 놀라운 수준의 복지시책을 내놓아 달라. 박수치며 지지할 준비가 되어있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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