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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냉전시대 다시 오는가 /김갑수

경제교류 바탕으로 겨우 가까워진 남북, 군사대결 시대로 무력하게 회귀하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28 19:35:1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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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폐쇄를 뉴스로 접한다. 착잡하다. 한 때 통일시대의 주춧돌로 여긴 상징공간이다. 개성공단 열 개 이상이 북한에 세워지면 실질적 통일과 다름없다던 10년 전 통일부 장관의 호언이 기억난다. 그 발언에는 정치와 경제가 교차하는 논리가 담겨 있었다. 군사적 대결상태를 벗어나 우리 쪽의 우월한 경제력으로 북한을 관리하자는, 까놓고 말해 장기적으로 북한이라는 영토를 사들이자는 복안이었다. 남한 기업의 직접투자로 북한 주민의 20%가량을 고용하면 더 이상의 파멸적 대립은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했고 가능하리라 믿었었다. 그러나 까마득한 과거처럼 여겨진다.

교류, 화해, 협력의 시대정신은 역설적으로 남북 간의 핵개발 경쟁에서 출발한다. 영토가 맞닿은 상태에서 핵무기의 속성상 어느 일방의 완전승리가 불가능한 것을 피차 잘 알기 때문이다.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박정희 정부 후반부에 우리 측도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고 미국의 반대로 좌절된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시기 북한 김일성 정권은 남한땅의 미군기지에 배치된 핵무기를 근거로 '자위적 수단'이라며 핵개발에 착수했다. 강성대국론을 내세운 김정일 정권에 이르러 북한핵은 그 실체가 드러난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핵시설이 위치한 영변 지역 폭격계획과 경수로 건설을 미끼로 한 6자회담 개최 등 화전양면의 전략을 구사한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큰 틀에서 평화를 추구했다. 생전의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그의 사후에는 외교적 대응을 통한 문제 해결에 공을 들였다. 김영삼 정부 들어 북한과 물자교역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서독 간 국가경제 규모가 4배가량 벌어진 가운데 서독이 동독을 '사들이는' 것을 목도했다. 지금 남북 간 경제력 격차는 20배 이상, 어떤 자료에서는 28배가량이다. 미얀마, 라오스 같은 저개발 국가와의 격차보다 더 벌어지는 모양이다. 싸움에 이기는 첩경은 우월한 무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경제력이란 무기가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인명 살상이 없고 경제교류와 지원은 상대편에게도 좋은 일이다. 교류, 화해, 협력은 이처럼 상생의 시대정신이었다. 그런데 다시 군사대결 시대로 회귀하는 작금의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경제교류를 바탕으로 한 화해정책을 낡은 햇볕정책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놀랍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햇볕정책이 낡았다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재개된 군사대결의 반목은 훨씬 더 오래되고 무시무시한 냉전의 산물이다. 중국, 러시아와의 수교가 언제적 일이고 민간레벨로 남북을 왕래한 국민이 몇 십만이고 탈북자가 또 얼마나 되는데 '탱크로 주석궁을 쳐들어가' 식의 올드 레퍼토리를 부르짖는 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김대중, 노무현이 북한에 자금을 대줘 핵무기 사태가 벌어졌다는, 바로 어제의 역사 사실조차 호도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지난 세 정부 가운데 북한에 가장 많은 자금을 보낸 이명박 정부가 가장 친북적인 정권이란 말인가. 교역대금을 무기자금이라고 둘러대면서 전쟁불사를 외치는 극우들의 주장이 어떻게 대명천지에 판칠 수 있는지. 그들은 손가락을 잘라 혈서로 멸공을 외치던 궐기대회의 추억이 그리운 것일까.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역사적 상상력은 필요하다. 그러한 상상력의 산물로 우리는 6·15 정상회담과 10·4 선언이라는 평화의 길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 만에 가까스로 이룬 평화와 상생의 기초가 다 허물어지고 전쟁위기에 직면하는 것을 봤다. 경험에서 깨우치지 못한 채 파멸로 치달은 세계사의 자취를 외면할 심사인가. 과연 박근혜 정부의 역사적 상상력은 무엇일까. 대립과 반목의 수렁으로 빠져든 이명박 시절의 단순반복이 일어날까. 그보다 더한 실제 교전상태로 진입하게 될까. 과연 이 같은 예상을 깨는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평화의 길이 제시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일본 아베 총리의 우경화 발언을 비난하는 글을 한국의 언론에서 흔히 본다. 그처럼 비난해 마지않는 우경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어째서 한국사회와 정권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일까. 시대를 거꾸로 돌려 냉전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국가 현실을 참담하고 무력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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