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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금융중심지가 흔들리고 있다 /강병중

부산서만 파생상품 거래하던 시절 끝나…시민 노력도 물거품, 특단 대책 마련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07 20:22:5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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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문현혁신도시에는 지금 금융중심지를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에 완공 예정인 63층 높이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는 금융중심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고, 그 주위에도 금융 관련기관들이 이용할 건물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문현지구가 파생상품·선박금융 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4년 만에 부산 시민들이 그렇게도 염원하던 국제금융도시로서의 면모를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좋은 분위기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일이 일어났다. 대체거래소로 불리는 ATS(다자간 매매체결회사) 및 거래소 허가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부산을 통해서만이 거래할 수 있던 파생상품이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 금융중심지를 뿌리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복수 거래소가 허용되면 돈 정보 인재 등 모든 것이 한곳에 모여 있는 서울에 또 다른 거래소가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그렇게 되면 부산은 서울과 경쟁을 해야 한다. 부산과 서울의 경쟁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부산 금융중심지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정부와 정치권 등 각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도 될까 말까 한데 이런 암초가 나타났으니 금융중심지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등의 걱정이 앞선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거래소가 부산에 올 수 있었던 명분과 논리는 국토균형발전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 갈수록 비대해지는 서울과 수도권을 규제하는 한편 날로 피폐해지는 지방도 잘살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나 명분보다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 부산 금융중심지는 부산시민 전체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노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제15대 부산상의회장에 출마하면서 현재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선물거래소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에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 유치활동 초기에는 재계 학계 관계 언론계 시민단체 인사들이 중심이 됐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전 시민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면서 동참을 했다. 선물거래소를 기반으로 한국거래소가 부산에 오게 됐으니, 전체 부산시민의 힘으로 금융중심지 실현을 앞당겼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산 금융중심지를 만드는 과정에는 늘 서울 측의 집요한 견제와 방해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기회만 있으면 선물거래소나 한국거래소를 서울로 가져가려고 했고, 그것이 어려울 때는 주요 기능만이라도 서울로 옮기려고 했다. 지금 복수거래소가 문제가 돼 있지만, 이런 시도 또한 처음이 아니다. 선물거래소를 부산에 유치할 때도 서울 측은 처음에는 '부산 불가론'을 주장하다가, 부산 유치가 확정될 무렵에는 엉뚱하게 전산망을 이원화하자는 억지를 부렸다. 전산망이 이원화가 되면 대부분의 거래가 서울로 몰려 부산은 껍데기만 남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다.

부산에 본사를 둔 선물거래소나 한국거래소가 서울에서 볼 때는 눈엣가시와 같았는지 종종 크고 작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서울 측의 주장은 대개 금융 환경과 효율성의 우위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논쟁에서 균형발전을 무시하고 합리성 효율성만을 강조한다면 어느 비수도권 지역이 수도권을 제치고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다시 강조하건대 부산이 금융중심지가 되고, 파생상품 거래를 부산 한 곳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든 것은 부산의 힘이었고, 부산시민의 노력이었다. 그 법이 바뀌어 부산 금융중심지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면 '당장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 복수거래소 허용은 부산은 물론 동남권 전체가 힘을 합쳐 막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복수거래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입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약속이 꼭 지켜져서 '복수거래'란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넥센타이어(주)·KNN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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