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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벌레라 불리는 무리들 /김갑수

극단적인 왜곡과 세상을 향한 증오, 이 악취나는 소굴을 어찌해야 하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28 20:43: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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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이란 똥오줌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다. 이 배설에 쾌감이 따른다. 몸속 노폐물을 시원하게 싸는 일, 얼마나 통쾌한가. 그런데 간혹 특이한 종족이 있다. 그 정도 쾌감에 만족 못해 싸놓은 똥오줌을 온몸에 바르고 미친 듯이 막춤을 추어대는 것이다. 그 냄새며 튀기는 분비물이 가관이건만 쳐다보는 관중이 있어 신명을 낸다. 눈길만 받는다면 못할 짓이 없다. 이 짓거리에 철모르는 어린아이들도 멋모르고 가세한다. 재미만 있으면 못할 짓이 없다. 얼굴에도 바르고 등짝에도 바르고 사방에 똥 무더기를 집어던지기도 하면서. 이 희한한 막장놀음에 호기심 어린 관중 수는 점점 늘어나고 난장 춤사위는 끝간 데 없이 펼쳐진다. 배설놀이를 거드는 흥행사들도 있다. 막가자는 인생들도 쓸모 있을 때가 있으니까. 품위 있는 이념의 명찰을 달아주고 초대해서 잔치판도 열어 주고 광고로 돈벌이까지 곁들여진다.

요즘 화제를 모으는 이른바 '벌레라 불리는 무리들' 사이트의 현황이다. 어디 보이지 않는 한 귀퉁이에서 끼리끼리 놀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포털만 열면 온 사방에 연관 검색어로 눈길을 잡아끈다. 애먼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악취의 소굴로 끌려들어 가는 경로다. 처음 보는 진귀한 광경투성이니 호기심이 안 생기겠는가. 자기 자신을 '게이'로 지칭하고 여자를 일컫는 범칭이 '보×'다. 김치를 먹는 나라에서 한국여자가 못났다는 의미로 '김치녀'라 부르는 등 뒷골목 세계에서 애호하는 방식의 기이한 은어나 조어가 난무한다. 이들의 일용할 양식은 증오다. 증오의 대상은 딱 하나로 모아진다. 세상의 모든 약자에게 칼날을 겨눈다는 것. 아울러 강자를 향해서는 막무가내의 숭배를 바친다는 것. 단지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조롱과 멸시를 퍼붓고 스스로 기피하는 3D업종 일을 메꾸어 주는 외국인 노동자를 향해 언어테러를 가한다. 눈, 코, 귀가 오른쪽 한 군데로만 뚫려있어 신체 혹은 세상의 절반인 왼쪽 편을 공작과 섬멸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취향에 따라 어떤 대통령은 제 부모 죽인 원수인 양 저주하고 어떤 대통령에게는 신에게 경배하듯 숭배의 염을 바친다. 북한을 향해서는 교전 중인 전투 행동대원의 공격성을 드러낸다.

2010년경 이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왜 저러는지 이유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교수의 분석에 따르자면 열등감, 경쟁 탈락의 좌절감, 강자와의 동일시, 이중인격, 폭력욕구, 명예로운 존재에 대한 극단적 질투심, 성장기 애정결핍 따위다. 그런데 수가 많아지면서 그런 결핍만으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졌다. 멀쩡히 좋은 직장이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생들도 그 무리의 일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일단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반지성 풍토다. 민주주의와 민주화에 대해 이들이 보이는 극단적 혐오감은 사회안정을 무너뜨리는 반지성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이들도 독일의 네오나치나 미국 KKK단처럼 인명살상을 일삼는 폭력집단으로 진화할까. 극심한 경제불황과 높은 실업률을 토양으로 하는 우익 파시즘 확산의 역사로 볼 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다만 아직은 막춤을 추는 단계로 평가해야 한다.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지 논의가 분분하다. 5·18민주화 운동을 북한군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호도하면서 학살된 시민들을 '홍어무침'이라고 조롱하는 것에 분노한 민주당은 사이트 폐쇄를 주장하고 나섰다. 명암이 있는 조치라 망설여진다. 이들을 따뜻이 이해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자는 견해도 학자들 중심으로 나온다. 포용과 이해를 말하기에는 너무 많이 나간 터라 그 같은 접근법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어쨌거나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한다. 그 사이트와 똑같이 '보수' 타이틀이 붙어 있는 유력 신문사들도 선긋기에 나섰고 선거 때 우군 대접을 해줬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발을 빼고 있다. 때로 무섭고 대부분 혐오스러운 '그곳'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징후를 보여준다. 아직은 언어테러에 머물고 있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백색 테러리즘이라는 서방권의 불행한 경험을 우리도 겪게 될는지 모른다. 공부 삼아 '그곳'에 들어가 본 경험에 따르자면 혈압을 조심해야 한다. 도덕성이나 역사의식을 따질 계제가 못 된다. 그 공간에서 윤창중은 의인으로 위안부 할머니는 매춘부로 대접받고 있었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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