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문학을 질식시키지 말라 /강동수

쥐꼬리 '문학나눔' 그마저 없애는 정부

기초예술단체 지원 줄이기 바쁜 부산시…노벨상 타령 왜 하나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며칠 전 서울에서 문학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 후배와 모처럼 만나 술자리를 가졌을 때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옮겨갔다. 문득 그가 정부가 '문학나눔'사업을 폐지하려 한다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문학나눔'이란 복권기금의 일정 부분을 떼어내 우수 문학도서를 구입해 산간벽지와 달동네,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소외지역의 작은 도서관에 무료 배포하는 사업이다. 영세 출판사들로선 매출에 다소 도움이 되고 작가들도 인세 수입이 좀 늘어난다. 더 중요한 건 이 제도가 출판사들로 하여금 장래성 있는 신진작가들의 책을 펴내도록 자극해 왔다는 대목이다. 문화소외지역의 도서관들도 다양한 문학도서를 기증받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서울뿐만 아니다. 요즘 주목받는 '산지니' 등 부산 출판사들과 지역 작가들도 신세지고 있다.

2005년 첫해엔 52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가 한때는 14억 원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올해는 40억 원 수준으로 겨우 회복됐던 터다. 한데, 정부 입맛대로 예산을 늘렸다 깎았다 하는 것도 모자라 내년엔 그마저 없앤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책을 내기 어려운 젊은 작가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게 후배의 걱정이었다.

내막을 알아보니 '문학나눔사업'을 폐지해 '우수 학술·교양도서 선정 사업'과 통합한다는 게 문체부의 계획인 모양이다. 문체부는 두 사업을 합쳐 예산을 더 늘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야말로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미는 격이다. 문학도서는 시장에서 이른바 교양이란 당의정(糖衣錠)을 씌운 자기계발서 따위에 밀려난 지 오래다. 부수 기준으로 전체 도서의 13%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작년엔 6.6%나 줄었다. 이런 판에 시나 소설책을 학술·교양도서와 함께 묶어 놓으면 지원폭이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죽 위기의식을 느꼈으면 진보 문학단체인 한국작가회의와 보수 쪽인 한국펜클럽이 두 사업의 통합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을까.

문학과 기초예술에 대한 홀대는 지자체가 한술 더 뜬다. 부산만 해도 수십 명쯤 골라 발간비의 1/3도 채 못 되는 300만~400만 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주는 게 전부다. 지역 출판사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문학축제인 요산문학제는 창설 당시 지원금 3000만 원이 16년 동안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국제'란 타이틀만 붙이면 온갖 잡동사니 행사에 '부엌데기 국솥 푸듯' 퍼주면서 말이다. 최근 부산문화재단은 문학을 포함한 기초예술단체에 연간 2건 주던 지원금을 1건으로 줄였다. 소속 예술인은 늘고, 물가는 오르는 판에.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깎으려만 드는지 모를 일이다. 후발단체가 의욕적으로 사업을 기획해 부산시에 신청을 해도 '신규사업 지원 불가'란 진입 장벽에 막히기 일쑤다. 결과적으로는 기초예술에 지원될 돈이 열흘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 간다. 부산의 기초예술인들은 화려한 영화제 개막식을 TV로 지켜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다. 휘황한 조명 아래 레드카펫을 걷는 배우 서너 명을 초청하는 데 드는 돈만 줘도 시민을 위한 조촐한 문화행사 하나 때깔 나게 벌여볼 수 있을 텐데 하며….

'문화융성'이란 구호를 요란하게 외치고 있는 박근혜 정부다. '문화융성위원회'도 구성했다. 예술인들이 행여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터다. 그런데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더 열악해져 간다. 문학을 포함한 기초예술이 무너진 모래밭 위에 문화산업이니, 영상산업이니 하는 누각을 지은들 얼마나 버틸까.

전국 4만2157개 출판사의 94%인 3만9620 곳이 지난해 단 한 권도 발간하지 못했다. 지금도 숱한 작가들이 원고뭉치를 들고 책 내줄 출판사를 찾아 신발이 닳도록 헤맨다. 출판사의 무능을 탓해야 하나, 팔리지 않는 글이나 쓰는 문학인의 뒤떨어진 감각을 꾸짖어야 하나. 아무래도 좋다. 그래도 문학의, 기초예술의 숨통을 죄지는 말라. 이래놓고선 왜 한국 작가들은 노벨상도 못 받느냐고 훈계할 건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광안대교 접속도로 공사 오늘 본격화...2025년 준공 예정
  2. 2부산 교정시설 이전 올해 결론낸다
  3. 320년 묵은 논쟁…사상·강서 어디로 옮기든 반발 불가피
  4. 4부산 정치권 “지역구 18석 지켜라”
  5. 5경상국립대, 1학기 종강까지 가좌캠퍼스에서 ‘1000원의 아침밥’ 제공
  6. 6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2년5개월 만에 해제...의무 남은 곳 어디?
  7. 7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쉰' 청년층 50만 명 육박…역대 최대
  8. 8이재명 거취 두고 ‘文전언’ 파장…친명-비명 아전인수 해석 충돌
  9. 9남항대교도 강풍 정보 받아 선제 대응
  10. 10부쩍 따뜻하더니…벌써 활짝 핀 벚꽃
  1. 1부산 정치권 “지역구 18석 지켜라”
  2. 2이재명 거취 두고 ‘文전언’ 파장…친명-비명 아전인수 해석 충돌
  3. 3벤틀리법 국내 도입될까, 음주운전 경각심 더 높인다
  4. 4사천우주항공청 野 대체입법 추진에 발목
  5. 5尹 지지율 2주 연속↓, 30%대...징용 제3자 배상, 주 69시간 악재
  6. 6北 주말 미사일 도발은 "南 핵 타격 훈련"...김정은 "핵만으로 안돼"
  7. 7산케이, "한일회담서 위안부 합의 이행,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요구"
  8. 8尹 방일결과 놓고 여야 격돌…“미래지향적”-“퍼주기 조공”
  9. 9경제·안보 협력 물꼬 틔웠지만…과거사 문제 일본이 주도권
  10. 10일본, 위안부·독도 거론했나…대통령실은 “논의 없었다”
  1. 1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쉰' 청년층 50만 명 육박…역대 최대
  2. 2만혼 굳어진 부산…40대 초반 신부, 20대 초반 신부 추월
  3. 3빈대인 BNK 회장 취임 “시장요구 맞춘 비전 제시”(종합)
  4. 4"2030 신재생에너지 발전목표량, 기업 수요 미달"
  5. 5부산대 경상국립대 등 부울경 6개대 학생 1000원에 아침밥 제공한다
  6. 6유류세 인하 폭 줄어드나…지난해 세수 5조5000억 감소
  7. 7갤럭시S23 울트라 '안 흔들리는' 2억화소캠 비결은
  8. 8부산은행, 2023년 BNK가을야구정기예금 출시
  9. 9광화문에 '부산엑스포 빛' 내린다…BIE 실사 때 범국민 행사
  10. 10친환경차 호조에…지난달 국내 자동차 수출 '역대 최고'
  1. 1광안대교 접속도로 공사 오늘 본격화...2025년 준공 예정
  2. 2부산 교정시설 이전 올해 결론낸다
  3. 320년 묵은 논쟁…사상·강서 어디로 옮기든 반발 불가피
  4. 4경상국립대, 1학기 종강까지 가좌캠퍼스에서 ‘1000원의 아침밥’ 제공
  5. 5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2년5개월 만에 해제...의무 남은 곳 어디?
  6. 6남항대교도 강풍 정보 받아 선제 대응
  7. 7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대응 “심각”
  8. 8가야동 엄광산에서 산불.. 인명피해 없어
  9. 9벤틀리법 국내 도입될까, 음주운전 경각심 더 높인다
  10. 10부산 울산 경남에 남서풍 불어...아침 2~11도, 낮 최고 17~21도
  1. 1한현희 사사구로 와르르…롯데 시범경기 4패째
  2. 2아이파크 3골 폭발…‘최강’ 김천 꺾고 무패 행진
  3. 3BNK 썸 첫 챔프전 ‘졌지만 잘 싸웠다’
  4. 4오현규 ‘환상 헤딩 슛’ 결승골…손흥민, EPL 통산 50호 도움
  5. 541세 즐라탄, 세리에A 최고령 득점 ‘포효’
  6. 6안권수 4타수 3안타 ‘펄펄’, 거인 리드오프 자리 꿰찰까
  7. 7‘언니 리더십’ 박정은 매직…만년 하위 BNK썸 챔프 도전
  8. 8아이파크 홈 개막전…‘국대급’ 김천상무 꺾어라
  9. 9나폴리 영광의 시대? 민재 뛰는 바로 지금
  10. 10‘살아있네’ 세리에A…17년 만에 3팀 8강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사 살린 후 임대료 징수를
원전 진흥으로 부울경 부흥 이루어내야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를 보며
도청도설 [전체보기]
동서고가로
‘별점’보다는 가격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한일 정상회담에 쪼개진 국론…미래·과거 접점 찾아라
정부는 10년째 제자리걸음 ‘원전 폐연료세’ 답 내놔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민주적 법치국가를 위한 정부의 조건
성 차별 없는 행복한 부산을 꿈꾸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