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아름다운 퇴장 /최원열

'너 죽고 나 살자'는 아귀다툼의 시대에 이영표 은퇴를 보며 '우리'를 생각한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덧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만산을 수놓았던 홍엽은 우수수 떨어졌고, 때이른 폭설 소식도 들려온다. 얼마후면 온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넘쳐흐를 것이고, 사람들은 한 해를 잊으려 이리저리 송년회에 뛰어다니겠지. 그렇다고는 하나 아직은 따스한 햇살이 남아 있다.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가을과의 짧은 공존이 아쉽기만 하다.

공존. 참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단어다. 어우러진 삶은 푸근하기에. 하지만 나라를 보면 그렇지를 못하니 탄식만 나온다. 곪아터진 정치판을 도대체 어찌 해야할 것인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 정치가 있기나 한가. 여야 대표들을 보면 마치 꼭두각시 놀음이나 그림자 연극을 보는 듯하다. 무엇 하나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게 없다. '누가 누가 못하나' 내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맞서는 그 집착이 소름 끼친다.

너 죽고 나 살자를 일본 철학자 다카하시 데쓰야는 '희생의 시스템론'으로 설명한다. 이익은 내가 취하고 희생을 남에게 전가하는 매커니즘. 다수결을 따른다면서 소수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시스템 말이다. 그 희생물로 원전이 밀집한 후쿠시마와 본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인 오키나와를 들었다. 다카하시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희생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사회가 정상적이냐고 반문한다. 누가 희생될 것이냐는 게 아니라 희생의 시스템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군국주의가 청산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그는 봤다.

다카하시의 논지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단연 기장과 밀양이 꼽힐 것이다. 온 국민의 삶을 위해 두 지역은 원전과 초고압송전시설의 제물이 되었다. 공론의 장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덤벼드니 님비라는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터. 정치판 역시 마찬가지다. 대화는 없고 윽박지르고 밀어붙이기만 한다.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국회를 거부하고 뛰쳐나간다. 한쪽에서는 앵무새처럼 민생을 되뇌기만 할 뿐 실제 하는 일이라고는 없고 팔짱만 끼고 있다.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희생의 시스템만 작동할 뿐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어디 한번 물어보자. 입법이 본업인 당신들이 12월 2일로 돼있는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제대로 지킨 적이 있는지를. 처벌규정이 없는데다 금배지 지키는 데 문제가 없다면야 법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지. '동물(폭력)'과 '식물(작동 불능)'을 오가면서 등골휘어지도록 고생하는 국민들로부터 세비를 받을 자격이 있나. 오죽했으면 헌법에 국회해산 규정이 없음을 한탄하는 소리가 나왔을까. 빈민과 서민들을 위해 눈물 훔치며 동분서주했던 제정구 의원 같은 이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나라 안은 정치 공황에 빠져 있고, 밖으로는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초강대국들의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직전에 처해 있다. 하지만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오로지 나 살기 위한 묘수풀이에 올인한다. 국민들의 머리에 스팀이 끓어올라 터지기 직전이다.

그나마 증기를 빼주는 탈출구가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아름다운 퇴장'이다. 얼마 전 현역에서 은퇴한 이영표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 수비 불안인데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고.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할 패배 앞에서 비겁하게 변명한 적이 많았다며 사과했다. 좋은 축구선수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명언도 남겼다. 가슴을 찡하게 한 퇴장이 아닌가.

고 채명신 장군도 그랬다. 한국전쟁과 월남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건만 화려하게 단장된 장군묘역을 거부하고 비석 하나 달랑 놓인 좁은 무덤을 택한 그가 자랑스럽다.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미안함, 동고동락한 전우들과 함께하겠다는 정신을 그는 죽어서 실천했다.

굳이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말하지 않더라도 버릴 때와 물러날 때, 그리고 내려놓을 때를 안다는 것, 아름다운 퇴장은 화려한 등장보다 훨씬 값지고 소중한 가치다. 내가 아닌 우리가 하나라는 신성한 이분법이기에 그렇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5. 5[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6. 6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7. 7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