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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박근혜식 비빔밥 레시피 /강동수

거칠고 독단적인 대통령 신년회견

자신의 장기인 화합의 비빔밥 요리 국정에도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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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에 '치대국자약팽소선(治大國者若烹小鮮)'이란 말이 있다. 생선을 자주 뒤집으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작은 생선 굽듯 조심하라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한 건 기자만은 아니었을 게다. 좀 부드럽게, 의논성 있게 말할 줄 알았더니 너무 거칠지 않은가. 대통령의 발언은 프라이 팬에서 부서지는 생선 살점 같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의 답이 이랬다. "지난 1년간 이 문제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소모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우리가 함께 미래로 나갔으면 한다."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국론 분열과 국력 소모의 씨앗이 됐다는 소린가, 아니면 불법 개입을 문제삼는 게 소모적 논쟁이란 소린가. 후자라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한 사태에 입을 닫아야 미래 지향적이란 건가. 유체이탈 화법도 이 정도면 프로급이다.

자신의 불통을 묻자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은 아니며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는 게 대통령의 지론이다. 그는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법이 공정하게 적용·집행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대국민 훈계까지 나섰다.

비정상적인 관행에 원칙적으로 대응하자는 거야 나쁠 건 없겠다. 그런데 자신의 불통을 묻는데 뜬금없이 웬 법 타령일까.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은 또 뭘까.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 밀양에 송전탑을 세우지 말라는 것? '민영화'에 반대하며 철도 파업한 것? 그럼 정부가 결정만 하면 국민이 무조건 복종하는 게 정상적인 관행이라는 걸까. 동남쪽 바닷가에 원전을 늘여세워 놓곤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고압 송전탑을 세우는 게 국민 모두의 이익인가? 원전 불안을 걱정하면 "안전하다는 데 웬 시비냐"고 정부는 눈을 부라리곤 했다. 정말 그렇게 안전하다면 어디 수도권에도 원전을 세워보라. "내가 민영화 안 한댔으면 믿어야지 왜 못 믿고 파업을 벌이느냐"는 게 대통령의 꾸지람이다.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만드는 것 자체가 민영화의 전단계 아닌가.

지금 대통령이 "왜 내 말을 못 믿느냐"고 호령할 처지인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던 그 숱한 대선 공약들은 다 어디 갔나? 노령기초연금, 4대중증질병 국가보장, 반값 등록금…. '경제민주화'는 도대체 어디에 숨었나? 이런 말씀도 하셨다. 현장 다니면서 각계 각층과 소통해 왔다는 거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딸의 사인을 밝혀달라는 민원을 넣은 한 아버지의 한을 풀어줬다는 자화자찬도 빠트리지 않았다. "트레일러의 통행을 막는 대불공단 전봇대를 내가 뽑아냈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판박이 아닌가.

"짐이 곧 국가다"란 루이 14세의 말과 "내가 곧 원칙"이란 대통령 화법의 차이는 뭔가? 옛날 임금들은 가뭄이나 홍수가 지면 "모두 과인의 부덕"이라며 사직과 종묘에 제사 지내고 반찬을 줄였다. 명색 국민 앞에 선 자리이다. 하다 못해 "정보기관 댓글 사건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일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국민들이 나더러 불통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도록 해서 송구하다"는 말쯤은 하는 게 '정상적 관행' 아닌가.

지난 대선 때 박 후보는 TV에 나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비빔밥을 꼽았다. "비빔밥을 만들려면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각기 다른 재료가 고추장이나 참기름과 섞이면서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고 했다. "개성이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지만 융합해서 하나가 될때 시너지가 나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덧붙였다. 옳은 말이다. 새해엔 비빔밥 만들듯 소통과 화합의 정치도 좀 해 보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절반의 국민을 설득하고 융합시켜 시너지를 내 보라. 지금은 대한민국이란 그릇 속의 시금치, 콩나물, 버섯볶음이 따로 놀고 있다. 작은 생선 굽듯 '정성 들여'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보라. '국민소득 4만 달러'가 어디 구호로만 이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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