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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교황이 우리를 찾는 까닭은? /최원열

절망과 고통의 한국에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마피아 단죄한 그처럼 정피아·관피아 척결, 의지와 실천력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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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관점에서 분간하기도 힘든 작은 점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끝없이 저지르는 잔학 행위를 생각해보라. 만용과 자만심, 인류가 우주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푸른 점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좋든 싫든 지금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하게 지키는 게 우리의 의무다.

'시공을 초월한 빅 히스토리-코스모스'의 에필로그 부분이다. 가슴이 쿵쾅 뛰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 인체로 치면 지구는 세포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날이면 날마다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아수라지옥이 펼쳐진다.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내전이 그치지 않고, 소중한 생명들이 파리 목숨처럼 취급된다.

인류는 정의를 잃었다. 힘이 지배하는 털복숭이 존재가 되었고, 물질적으로 나아졌을지언정 정신은 진화의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시선을 나라 안으로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숱한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터졌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은 꿈쩍 않는다. 관피아 척결과 국가 대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가 일갈했다. "정치하는 양반들을 보면 우리가 언제 편했던 적이 있나 싶다. 흠이 많고 모자라면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하는데 뒤를 캐면 다 똥이잖아"라고.

박근혜 정부는 대개혁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뿌리 깊은 부패로 환부가 곪아터질 지경인데도 봉합에 열중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국가 대혁신과 경제 살리기를 부르짖고 있으나 기초가 흔들거리고 있으니 앞날이 캄캄하다. 성실과 정직으로 도전해봤자 물먹기 십상인 시스템, 법 앞에 만인이 절대로 평등하지 않은 나라, 그리고 원칙이 실종된 사회에서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금력과 부패 앞에서 국민들은 질식할 지경이다. 공정 사회에 대한 타는 목마름만 있을 뿐.

나라 전체가 절망과 고통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 영적 지도자가 우리를 찾아온다. 오로지 가난한 자를 위해 뛰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메시지는 앞서 소개한 코스모스 마지막 대사와 다르지 않다. 한없이 겸손하고 낮은 곳으로 임해야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교황은 몸소 실천한다. 하지만 불의 앞에서 그는 거침이 없다.

마피아 파문. 교황이 날린 직격탄이다. 영화 대부 시리즈에서 봤듯이 마피아 조직은 가톨릭 전통을 충실히 따르는 척 하면서 살인을 밥먹듯 하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암적 존재다. 심지어 교황청과도 검은 커넥션을 유지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회에 거액을 기부하면, 반대 급부로 일부 부패 성직자가 마피아 예식에 참석해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교황은 이를 참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섰다. 지난해 바티칸은행을 개혁한데 이어,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마피아 희생자 추모미사를 집전했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으로 파문을 선언한다. 마피아는 악의 숭배자이며 공동선을 모욕했다고.

교황이 마피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방탄차량을 거부한 채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는 파격행보를 계속한다. "내 나이에 잃을 게 많지 않다"면서. 참으로 담대하고 숭고한 지도자가 아닌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를 향해 거듭 화두를 던진다.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함께 울어주는 능력을 잃었는가, 왜 남의 고통에 익숙해졌는가라고. 긍정과 희망, 지혜와 사랑으로 손잡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여기에 담겨 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미래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장선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뿌리 깊은 적폐였던 마피아를 단죄한 교황이 오는 14일 방한한다. 그를 맞는 우리도 같은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피아와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실천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쩌면 또 다른 마피아에 신음 중인 대한민국을 준엄한 경고와 함께 사랑으로 어루만져주려고 찾는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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