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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사람이 없나, 사람을 못찾나 /박무성

인재난 겪는 부산시…실리와 능력 중심, 다양한 인재 품는 리더십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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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인재를 얻기 위해 리더가 전범을 보인 대표적 사례가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 일화가 아닐까 싶다. 잘 알려져 있듯 형주의 유표 밑에서 기식하던 유비는 제갈량의 명성을 전해듣고 양양성 와룡강 기슭 초가집에 은둔하고 있던 그를 세 번이나 찾아갔다. 제갈량은 유비의 정성에 감동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와 그의 군사(軍師)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유비는 늘 인재난에 허덕였다. 이미 몰락한 한(漢)나라의 정통성 계승을 기치로 내세우며 지조와 의리에 목숨을 걸었던 유비로서는 인재풀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난세의 간웅' 조조는 명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의 인재관은 명확하고 급진적이었다. '내가 남을 배신할망정 남이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는다(寧敎我負天下人, 敎天下人我負)'. 새로운 질서와 실리를 좇았던 조조는 과거를 묻지 않고 능력을 중시했다. 이런 조조 휘하에 다방면의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유비의 촉(蜀)나라는 조조의 위(魏)나라를 이길 수 없었다. 천하를 통일한 승자는 조조였다.

뚜렷하게 대비되는 유비와 조조의 인사 스타일은 우리 사회의 인재난을 설명하는 데 꽤나 유용하다.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리더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귀한 인재를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연과 학연, 정치적·이념적 지형, 친소관계 등을 이유로 인재풀을 스스로 제약한다. 결국 리더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그릇만큼의 인재를 쓸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인재난은 오로지 리더만의 책임일까. 역으로 대중이 리더를 고르는 일에는 소위 '집단지성'이 지혜롭게 발휘될까. 이 문제는 미묘하고 복잡하다.

독일 음악계에는 '절대음감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들은 당연히 절대음감을 가진 능력자여야 한다고 여기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절대음감의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오히려 배척당한다. 독일에서 대부분 오케스트라는 노동조합이 조직돼 상임지휘자를 선정할 때 단원들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주 민주적이다. 하지만 절대음감을 지닌 지휘자는 단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은커녕 고작 서너 표를 얻는 데 그치기 일쑤다.

수십 명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서 관악 현악 등 파트를 막론하고 개개인의 실수까지도 꿰뚫는 절대음감의 지휘자가 단원들로서는 자존심 상하고 짜증나고, 또한 몹시 불편한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상임지휘자는 절대음감과는 거리가 먼, 그저 무난한 인물이 선정되는 게 태반이다. 얼치기 지도자를 호출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흔히 리더의 자질 부족을 탓하면서 '조직의 운이 없다'는 따위의 푸념은 기실 구성원들 스스로 초래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대의민주주의의 비극적 본질이기도 하다.

인재난은 요컨대 리더의 스타일과 한계에다 대중의 파편화된 이기심이 중층적으로 빚어내는 왜곡된 사회현상이다. 물론 현대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면서 복잡다기한 단체와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들이 당장 공급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는 본질적이지 않다. 사회가 미래지향적이고, 열려 있다면 인재는 언제든 배출된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토크빌의 말을 빌려 이렇게 변주할 수 있겠다. '모든 사회는 자기 수준에 맞는 인재풀을 가진다'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번번이 '인사 참사'를 겪더니 요즘 부산시가 인재난에 시달리는 모양이다. 부산시 산하 주요 공기업인 도시공사와 교통공사 사장, 경제분야 출연기관인 경제진흥원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일차 공모를 거쳤으나 적임자가 없어 재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응모자들의 경력이나 위상이 고만고만했다는 전언이다. 고위 공무원이 당연직처럼 번갈아 자리하던 관례가 '관피아' 논란으로 제동이 걸리니 딱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의 인재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사정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당면한 변수는 리더의 안목이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병수 시장의 인재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어제 부산시 경제특보와 부산도시공사 등 산하 공기업의 임원급 인사가 있었다. 그야말로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선거의 논공행상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사람을 쓸 때 공로가 있으면 상을 주고, 관직은 능력이 있어야 준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공이 크다손쳐도 능력이 없다면 포상은 하되 함부로 직위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경구다. '적재적소'는 인재를 그저 적합한 자리에 앉힌다는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유능한 인재가 마땅한 자리에 앉아야만 조직 안팎의 관계를 원활하게 꾸려갈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있다. 인재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리더가 공동의 발전을 꾀한다는 건 욕심이다. 섣부른 인사가 자칫 '재난'으로 귀결되는 일은 부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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