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대화가 필요한 거창 /염창현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남 거창은 산세가 빼어난 고장이다. 인구는 6만3000여 명가량 된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소하기 그지없으나 전체 주민 수가 3만 명이 안되는 지자체가 우리나라에 수두룩한 형편이니 군단위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남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서북부에 자리했다는 지리적 요인 등으로 경남도내의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감은 있다.

반면 주민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서북부 경남의 거점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역사도 유구하다. 가야시대에는 대가야연맹체의 일원이었고, 조선중기에는 현(縣)에서 군(郡)으로 승격될만큼 흥했다. 외지인들에게 거창은 선비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위천면과 남하면 등에는 옛 양반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택들이 즐비하다. 거창의 또 다른 명소인 수승대에서는 바위 곳곳에 새겨진 문구 속에서 선인들의 정취를 읽을 수 있다.

거창은 웬만한 일이 없이는 들르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지난 휴가 때에야 몇 년 만에 노모와 거창을 다녀왔다. 애초부터 목적지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반가워하는 노모가 안쓰러워 '코에 바람이나 쏘일까요'라고 여쭸더니 거창이라는 단어가 나와서였다.

거창은 노모의 고향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곳에는 친척이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뭐하려고요라고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다가 나이가 드시니 고향이 그리워지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차를 몰았다. 국도가 포장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한나절을 시달려 외가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도 거창행에 한몫을 했다.

여름 휴가 중 짧은 여행을 마친 뒤 한동안 기억에서 멀어졌던 거창을 요즘 다시 입에 올릴 일이 많아졌다. 법조타운 건립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거창군이 거창읍 일대에 법조 관련 기관을 한데 모아 법조타운을 만들려는데 대해 일부 주민이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다툼의 요지다. 군은 1725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역대 거창의 최대 사업이 완료되면 재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유입과 상권 활성화 등으로 연 1000억 원가량의 경제유발효과도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타운 조성을 반대하는 쪽은 거창군이 공식적인 주민설명회나 공청회조차 없이 일을 시작한 점과 법무부 등에 제출된 유치 찬성자 서명(3만여 명)의 상당수가 대리로 이뤄졌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또 법조타운 내에 들어설 구치소가 최대 800여 명의 수용이 가능한 시설로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 사실상 교도소 수준이어서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개발이 이뤄지는 여느 지역에서나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반대 측 학부모들이 지난 6일부터 닷새동안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8일까지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 거창군의 전체 초등학생 숫자가 2994명이니 3분의 1가량이 등교를 거부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거창지역 주민들은 '거창법조타운 추진위원회'와 '교도소 유치를 반대하는 거창 학부모모임'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 등으로 나눠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다. 상황이 점차 나빠지자 거창군은 지난 7일에서야 대책위 공동 대표들을 만나 대화에 들어갔다.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일단 해결의 실마리는 잡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수습은 더욱 힘들어진다. 필요하다면 군과 법조타운 조성 찬성 측, 반대 측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북부 경남의 거점도시를 자부하는 주민들이 해야할 의무이기도 하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지역 발전을 위해 나온 진심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단적인 대립이 지속되면 마지막에 누구의 손이 들어지든 상처와 앙금만 남는다는 것도 또한 확실하다.

사족을 덧붙인다. 결사투쟁도 좋지만 자녀들은 학교에 보내야 한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그릇된 점이 있었다면 진실을 밝힌 뒤 이를 바로잡으면 된다. 사안에 따라 법조타운 조성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른들 싸움에 애꿎은 자녀들의 등이 터져서야 되겠는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