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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고령사회는 디스토피아인가 /박무성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 수십년 내 재앙 불가피

노인 생산성 높일 혁신, 사회 패러다임 변화로 고령친화 부산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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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일반석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경로석에는 아이 둘만 올망졸망 앉아 있는 풍경. 저출산과 노령화를 경고하는 공익광고 사진이다. 과장이 아니라 머잖은 미래의 한 장면인 듯하다. 부산에서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모습이 그리 생소하지 않을 게다. 부산서 도시철도를 타본 사람은 안다. 노인이 얼마나 많은지. 부산은 올해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는 47만7000명, 도시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2002년 노인인구 비중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지 12년 만이다. 이대로 간다면 8년 뒤 2022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맞게 된다.

고령화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문제는 그 속도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행하는 데 115년이 결렸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40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독일은 각각 40년과 37년, 미국은 73년과 21년이 걸린다고 한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24년과 12년이 경과됐다. 한국은 고령사회 18년, 또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겨우 8년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더욱이 부산은 국내 7개 광역시 중 가장 빠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유독 심각한 것은 선진국과 달리 충분한 경제성장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기간, 일본은 17.5배의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한국은 2.5배에 그쳤다. 고령화에 대비할 시간은 물론 돈도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노령화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지 않다. 2005년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새로 생겼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 위원회는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

한국의 노령화 현상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압축적 고령화'. 빠른 속도 만큼 문제점들이 응축돼 있는데도 국가적·사회적 대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점투성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노인들은 매우 가난하다. 고령자 절반 가량(48.1%)은 빈곤층이다. 국민연금 등 연금혜택이 주어지는 노인은 44%, 그나마 50만 원 이상 받는 노인은 5명 중 1명꼴에 못 미친다.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 유지가 어렵다. 노인 고용률이 20대보다 높은 이유다. 한국의 노인들은 스스로 하는 일(37.5%)과 자식들이 주는 용돈(30.1%)을 주된 수입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불과 수십 년 안에 재앙은 불가피하다. 이처럼 명확한 미래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냉철한 시선으로 현상을 직시하면서 그 변화를 들여다봐야 한다.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고령사회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구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제성장은 없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고령화 현상과 정확하게 궤적을 같이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성장하는 모델을 경제학자들은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을 바꾸고 고령화 대응지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성공보다는 공동체의 행복을, 빠름보다 느림의 중요성을, 성취보다는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독일 자동차회사 BMW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BMW는 신체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를 위해 무릎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나무바닥재를 깔고, 조명을 더 밝히고, 작업장에 확대경을 설치하는 등 크고 작은 70여 개 조치를 취했다. 비용은 5만 달러, 50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었다. 변화는 놀라웠다. 무엇보다 결근율이 크게 줄어들고 공장의 연간 생산성은 7%가 높아졌다. BMW는 역시 일류기업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고령자는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통념을 깨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에 대비한 혁신인 셈이다.

고령화는 평균수명이 높아진 까닭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저출산 탓이다. 그러나 대처법은 별개다. 저출산 대책이 본격화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정부는 66조5637억 원을 쏟아부었다. 관련 예산은 2006년 2조1445억 원에서 올해 14조8927억 원으로 7배 급증했다. 그럼에도 출생아 수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06년 44만8200명에서 지난해 43만6500명으로 도리어 감소한 것이다. 출산율을 높여서 고령화를 저지하기란 이미 때가 늦었다는 방증이다. 균형 잡힌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준비없는 고령화는 재앙이다. 우리 사회처럼 압축적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준비는 간단치 않다. 그래서 더 치밀하고 배려 깊은 시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부산시의 경우 슬로건이 여전히 '다이내믹 부산'이고, 캐치프레이즈가 '크고 강한 부산'이라는 건 '고령사회 부산'의 반어법이자 역설이다. 억지스러운 젊음은 오히려 추한 법, '고령친화 도시 부산'을 함께 표방하고 더불어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는 데 활로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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