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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분열과 반목의 시대 /박무성

분열의 2014년…일차적 책임은 대통령, 이차 책임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면 이견 다양성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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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지만, 막상 충격은 컸다. 지난주 금요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소속 국회의원 5명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8명 찬성, 1명 반대. 예상보단 쏠림이 많았다. 헌정 사상 초유인 만큼 파문이 심대하다. 평가와 반응은 양극을 달린다. '소수정당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스스로 내팽개친 헌법재판소의 자기 부정'에서부터 '국가 부정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까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념의 프리즘 어느 한 점에 서서 시시비비 한마디를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민주주의의 핵심 주체인 정당의 운영을 사법기관이 결정하는 선례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조금 시끄러워도 현실정치에서 판단하고 재단할 수 있는 일을 '법치'라는 작위(作爲)를 동원해 서둘러 메스를 대는 바람에 분열과 반목의 또 다른 기화가 될 것 같아서다. 보수와 진보세력 간 헌재 결정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물론 극한 이념대립의 조짐이 심상찮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결과적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일련의 사태들 중 '결정판'이 됐다. 2014년 한 해에만 분열과 반목으로 특기될 만한 사례는 허다하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앞세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수혜층 간의 이른바 '복지전쟁',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공무원과 국민의 분리대립구도, 급기야 '세월호 피로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고립시키기까지…. 구두선일망정 국민화합과 통합은 아예 폐기되고, 이 같은 분열과 반목이 영영 메우기 힘든 갈등의 골을 만들고 있다.

올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은 노동자들 간의 적대화라는 점에서 특히 비극이다. 지난 11월 25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뜬금없이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왔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신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정규직은 기득권 집단, 비정규직은 피해자 집단으로 갈렸다. 노·사·정 3자 가운데 정책과 고용 주체인 정부와 기업은 쏙 빠지고, 노동자들끼리 맞서는 형국이 된 것이다.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 지향이 어디에 갇혀 있으며, 그로 인한 '사소한 분노'가 얼마나 소모적인지 보여준다. 정부·여당은 공무원 연금개혁 연내 처리를 목표로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전개했다. 기본 전략은 '형평성'을 내세워 다수 국민의 정부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공무원연금이 그간 어떻게 전개돼 현재에 이른 것인지, 이해는커녕 합리적인 절차와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면서 공무원 전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공무원 연금개혁에서 공무원은 오로지 '공공의 적'일 뿐이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복지전쟁은 보편복지에 대한 현주소와 의식수준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무상급식은 초·중·고생이 대상인 데 비해 무상보육은 3~5세 어린이집·유치원 유아가 대상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자, 정부는 지자체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 돌려쓸 것을 주문했다. 결국 경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이분법으로 나눔으로써 학부모 간 입장이 배타적으로 갈린 데다, 복지가 마치 제로섬 게임처럼 간주됐다.

세월호 정국은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매조지가 아니라 분열과 반목의 상처를 참지 못해 서둘러 봉합하는 모양새로 끝이 났다. 정부·여당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경제회복과 민생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일각에선 대학 특례입학이나 보상금 문제를 부각시켜 국민 감정을 자극했다. 게다가 '외부 불순세력 개입' 따위의 색깔론도 덧씌워져 세월호 가족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세월호 가족들은 국민들로부터 위로나 배려는 고사하고 섬처럼 고립됐다.

분열의 징후들은 치유되지 못하고 자꾸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고 위험하다. 일차적 책임은 '51 대 49'의 분할통치에 기인하는 듯하다. 물론 그런 권력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이런 방식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고 권력을 손쉽게 유지하기 위한 계책이 되겠지만, 곧 부메랑이 돼 자신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기 마련이다. 이차적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견해가 탄압받는다면 거기에 맞서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고전적 발언이 일상의 실천과는 비록 거리가 멀지라도 그 가치마저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최소한 우리가 사는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라고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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