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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규제 완화와 '의도적 불감증' /박무성

대형 사고속 안전불감증, 안전 푼 규제완화서 출발

세월 지나면 또 둔감현상…'착한 규제'로 예방해야 시민들도 맘 놓고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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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엔 주말을 맞아 집에서 잠 자거나 쉬고 있던 사람들이 불길에 희생됐다.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다. 소화기 한 개면 충분히 끌 수 있는 오토바이 화재가 130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로 비화했다. 이 사고 역시 졸속으로 추진된 정부의 규제 완화와 허술한 방재시스템이 만들어내고 있는 비극적 참사의 연속선상에 있다.

지난해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이후 불과 12개월 새 대형 인명사고만 꼽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4월 세월호 참사와 한 달 뒤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판교 환풍구 붕괴, 전남 담양 펜션 화재사고에다 을미년 새해 첫날 '501 오룡호' 침몰사고, 이어 지난 주말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까지. 평균 달포 간격으로 많게는 수십, 수백 명이 숨지는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는 배경을 들춰보면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고였음을 확인시켜준다. 대봉그린아파트는 이름이 아파트이지 건축법상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류된다. 2009년 전·월세 대란이 일어나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새로운 주택 유형의 보급을 꾀했다. 문제는 값싼 서민형 주거공간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며 포기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안전규제마저 풀어버린 것이다. 그 사례는 모두 적시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10층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됐고, 외벽에 난연성 자재를 사용하는 규정도 없앴다. 일반 아파트 건물 간 이격거리는 최소 6m이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0.5m로 대폭 축소됐다. 건물 안전을 점검하는 관리사무소는 아예 설치하지 않아도 무방했고, 비상출구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공사감리도 없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만약 이 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가 의무화됐더라면, 1층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일어난 불길은 아마 어렵지 않게 잡혔을 것이다. 건물 간격이 6m 정도 떨어져 있었더라면 불길이 옆 건물로 쉽게 번지지도 않았을 게다. 이번 화재에서 건물 사이의 좁은 간격은 오히려 불길을 키우는 연통 구실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소방대가 조기 진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이유로 진입도로의 불법 주차가 지적된다.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공간 설치 기준이 가구당 0.4~0.6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진입도로 폭도 완화했다. 주민들은 협소한 주차공간을 놓고 매일같이 주차전쟁을 벌였다. 거주자들이 주변 도로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공동주택은 현재 전국적으로 36만 가구에 이른다. 적어도 100만여 명의 시민이 안전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도시형생활주택 보급정책이 악의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만 보고 다른 하나는 보지 못하는 단견과 생명이 달린 문제를 너무 소홀하게 취급한 철학의 부재가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얻은 것도 없지는 않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부문에서 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새삼 깨닫게 한 것이다. 무척 값비싼 교훈이 아닐 수 없지만 말이다. 흔히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노래하는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처럼 불필요한 규제는 뽑아서 효율을 높이는 게 당연하나 최소한의 기준을 지켜주는 이른바 '착한 규제'는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자율과 책임이 기풍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섣부른 규제 완화는 효율보다는 자칫 '정신적 해이'나 '대충대충'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적당주의를 조장하기 십상이다.

모든 사고의 원인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지만, 지난 1년간 발생한 이들 대형 인명피해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는 한 건도 없었다.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고 원인을 '안전불감증'이라고 두루뭉술 짚는 것은 옳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의도적 불감증'이라고 해야 적확하겠다. 사고예방을 위한 투자를 불요불급한 비용으로 간주하면서 재해에는 무지하고 안전은 어처구니없이 과신하는 풍토병 같은 것이다. 이런 병폐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부른 사고에서 보듯 국가권력이 만들고 방조한 것이 적지 않다.

연쇄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선박, 체육관, 버스터미널, 병원, 숙박시설, 급기야 아파트까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터지니 어떻게 마음 놓고 살 수 있겠는가. 어쩌면 이 같은 불안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사고에 대한 충격에 갈수록 둔감해지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주변의 인명사고가 일상화, 만성화하는 탓이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또 다른 대형 참사의 전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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