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어느 은퇴 공무원의 고민 /박무성

월 300만 원 연금도 부인 간병비 감당못해…확실한 노후대책 필요

구체적 미래 염두에 둔 증세·복지 논의해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몇 해 전 공직에서 정년퇴임한 K 씨는 매달 300만 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다. 그의 표현대로 '매일 꼬박꼬박 통장에 10만 원씩 생활비가 꽂히는' 셈이다. 국장급 고위공무원 출신이지만, 아무 일도 안 하면서 '국록'을 이처럼 축내도 되나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자식들 결혼해서 분가시켰고, 은행빚 없고 작은 아파트 한 채 있으니 저축하고 살 만큼 풍족하진 않지만 그다지 아쉬운 형편도 아니었다. 가끔 후배들 만나 밥 한 끼 살 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부인이 갑자기 쓰러져 대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비는 의료보험이 적용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간병이었다. 환자의 병세로 봐서 24시간 간병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가족 중에는 아무도 그럴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진종일 간병을 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마지못해 간병인을 썼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루 8만 원, 한 달에 2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드는 것이다. 한두 달은 자식들 도움으로 견뎠지만, 몇 달 지나자 당장 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빚을 냈다. 부인의 병세도 제법 갈 것 같다. 아내 건강도 염려스럽지만, 앞으로 생활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K 씨는 제대로 노후설계를 하지도 못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고 했다. 부부 두 사람은 병원신세 지지않고 언제까지나 건강할 줄 알았지 간병인을 둬야 할 만큼 심각한 질병이 닥쳐올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금 정도면 부부 둘이서 별 어려움없이 살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실손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을 걸 무척 후회했다. K 씨 사례는 우리 사회의 노후생활이 얼마나 취약하고 위태로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고액 연금자가 이럴진대 많아야 100만 원 남짓한 국민연금에 노후대책의 전부를 기대다시피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말 할 것도 없는 일이다.

40, 50대 중장년층이 노후를 염두에 두면서 흔히 착각하는 게 있다. 머잖아 '나도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30%가 넘지만 자신은 '열외'로 간주한다. 낙관적인 기대를 탓할 수는 없으나 위험한 자기 함정이다. 요즘에는 암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한들 전체 인구를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암뿐만 아니라 치매, 뇌혈관 질환, 예기치 못한 사고 등을 감안하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지금 50대가 앞으로 30~40년을 더 산다면 이 기간 중 10년은 질병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부부의 경우라면 둘 중 하나는 병원 신세를 진다고 보면 된다. 확률적으로 그렇다.

불과 10년 뒤 한국에는 심각한 '노후난민' 사태가 빚어진다는 경고는 이런 배경에서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에다 개개인이 노후를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위소득은 419만 원(2013년, 4인 가구 기준)이다. 전국 가구를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중간이 이 만큼이라는 거다. 이 정도 소득수준이라면 소득 하위 60%, 즉 1~3분위 계층은 개인보험 같은 자발적인 노후대책은 사실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해결책은, 복지밖에 없다.

지난 대선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증세와 복지 논쟁에 불이 붙었다. 현실은 절박한데 계속 헛돈다는 방증이다. '증세 없는 복지' '보편복지' '선별복지' 등 온갖 수사가 난무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공허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급기야 "복지 과잉은 국민들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발언도 나온다. 사회복지 지출비율(10.4%)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생계가 어려워 은퇴 아닌 '반퇴'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런 소리가 왜 나오는지 의문이다.

복지 예산이 100조 원을 넘었지만, 복지체감도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복지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이뤄놓은 무상급식이 통째 흔들리고, 무상보육은 재원 확보조차 어렵다. 무상급식 예산은 연간 2조 원 남짓. 만약 2005년 도입된 종부세가 제대로 시행됐다면 매년 3조~4조 원을 거둘 수 있었다. 법인세 역시 당초 25%에서 20%로 단계적으로 인하되면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37조2000억 원이 감소했다. 증세와 복지 논쟁이 퇴행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K 씨 경우에서 보듯, 국가공동체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깔아주지 않는 한 개인이 안정적인 삶을 담보할 절대장치는 없다. 그래서 복지는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여느 복지선진국처럼 월급의 30~40%를 공제하는 대신 죽을 때까지 병원비는 물론 자식들 대학등록금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세금 더 내는 데 찬성하는 국민이 많지 않을까. 정직하고 구체적인 미래를 놓고, 아주 까놓고 증세와 복지를 이야기할 때가 됐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상어 ‘부캉이’ 33일 만에 수로 벗어나…유도작업 종료
  2. 2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5. 5‘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10. 10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5. 5'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6. 6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7. 7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8. 8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9. 9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10. 10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6. 6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7. 7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상어 ‘부캉이’ 33일 만에 수로 벗어나…유도작업 종료
  2. 2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9. 9‘부캉이’ 수로 출구 부근까지 유도…그물 주위 맴돌며 바다로 안 떠나
  10. 10“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