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낙동강 뱃길 복원의 '불편한 진실' /박창희

낙동강 뱃길 복원 가속, 보에 갑문 장치 달면 대운하 변신 가능성

MB 토건족 다시 꿈틀, 강 공동체 생각할 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배 들어온다!" "줄 잡아라!"

나루터가 시끌벅적하다. 백사장 저쪽에는 이른 아침부터 선창시장이 섰다. 주막촌 주변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보부상들이 좌판을 펼쳤다. 그릇장수, 옹기장수, 비단장수, 젓갈장수, 소금장수, 짚신장수…. 잡화와 패물을 파는 방물장수도 보인다. 누런 포를 높이 세운 황포돛배가 나타났다. 낙동강 하구에서 올라온 소금배다. 곡물 수백 석을 실은 대형 초마선(哨馬船)이 선창으로 다가선다. 관원들과 팔뚝 굵은 장정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초마선은 영남 각지에서 모인 곡물을 운반하는 세곡선이다. 해 떨어지기 전에 문경새재를 넘어 남한강 물길에 올려야 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파발마가 달려오고, 걸망을 멘 선비들이 새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강 건너편 언덕에 세워진 관수루(觀水樓)가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본다.

조선 후기 어느 한때의 낙동나루 가상 스케치다. 낙동나루는 경북 상주시 낙동면과 의성군 단밀면을 잇는 나루다. 부산의 구포, 합천의 율지와 함께 조선시대 낙동강 3대 나루로 꼽혔던 곳이다. 구포에서 상주까지의 물길이 700리. '낙동강 칠백 리'란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낙동강 뱃길이 '거짓말처럼' 복원되고 있다. 지난주 부산시가 주관하고 김해, 양산시가 참여하는 '낙동강 뱃길 복원 관광자원화 사업'이 정부의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선정됐다. 2017년까지 추진되며 총사업비가 43억 원이다. 이 중 30억 원은 국비다. 정부에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앞서 부산시와 경남도는 상생사업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하굿둑~물금을 오가는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운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 속에 부산권에선 삼락·화명 생태공원에 각각 선착장이 만들어졌고, 경남권엔 양산 물금나루와 창원 본포나루, 대구권에는 화원 사문진나루, 경북권에선 구미 비산나루와 상주 회상나루, 예천 삼강나루, 안동 개목나루에 선착장과 수상레저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다.

아직은 점과 면에 불과하지만, 선으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낙동강 뱃길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나루터 문화를 되살려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불편한 진실이 감춰져 있다. 토건을 앞세운 대운하의 '악몽' 때문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아직도 대운하에 대한 집착을 떨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출간된 그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보면, 4대강 사업과 대운하에 대한 아쉬움이 행간 곳곳에 묻어난다. 여론에 밀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둔갑시켰지만, 강을 보며 손가락은 대운하를 가리킨 꼴이다.

그렇듯, 대운하는 '흘러간 물'이 아니다. 감사원이 확인했듯이 4대강 사업의 원형이 대운하이고, 그 잔영을 드리운 채 사업이 진행됐다. 낙동강의 8개 보가 그렇고, 준설을 통해 확보한 수심(4~6m)이 그렇다. 과다하게 가둔 강물은 어디에 쓸 텐가. 누구도 명쾌하게 이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운하로 갈 수 있는 인프라가 깔렸다는 사실이다. 수심이 확보돼 있어 보에 갑문을 내면 뱃길이 트인다. 정부 사이드에선 "저 인프라를 어떻게 하겠느냐. 포스트 4대강이 갈 곳은 대운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다. 토건적 시각이라 눙치고 넘어갈 이야기가 아니다.

낙동강 뱃길과 대운하는 도긴개긴이다. 윷놀이에서 한 칸이나 두 칸이나 별 차이가 없듯이, 뱃길이 칸을 넓히면 대운하가 되는 것이다. MB가 여기까지 내다봤다?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뱃길 복원 사업을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지자체들이 벌이는 뱃길 복원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속 좁은 처사다. 낙동강 뱃길 복원은 그 자체로 역사적이다! 일제 강점 이후 약 100년 만의 뱃길 부활이요, 낙동 대수로의 귀환이다. 뱃길 복원은 그 자체로 평가하면서 그 너머, 더 큰 것을 봐야 한다. '낙동강 칠백 리'에 흐르는 것이 어디 물만이더냐. 이곳에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고, 경제가 용솟음치며 생태와 미래가 흐른다. 오늘날 1300만 영남권 주민의 식수원이란 사실은 절대적 존재 가치를 부여한다. 이 모든 것을 함께 보는 통찰이 필요하다.

수운시대가 그립다고 대운하를 끌어올 순 없다. 대운하의 기능을 찾기엔 우리가 너무 멀리 와 있다. MB의 '운하병' 때문에 잘못 태어난 경인 아라뱃길이 반면교사다. 2조2500억 원을 들였지만 지난해 유람선 이용자는 5만 명으로 목표의 8%에 그쳤고, 화물 실적은 더 초라하다. 무모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지금은 낙동강 공동체와 본연의 흐름을 성찰하는 자세로 바라볼 때다. 물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지 않던가. 만인이 먹고 만물이 이용하는 강물로 장난치면 안 된다. 천벌을 받는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3. 3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4. 4‘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5. 5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6. 6[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7. 7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8. 8‘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5. 5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6. 6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8. 8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9. 9조국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 사법개혁 적기 놓쳐”
  10. 10[2026 국감 브리핑] 이헌승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환경 전기요금 반영 억눌러”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3. 3[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4. 4‘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5. 5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6. 6‘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7. 7'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8. 8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9. 9‘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될 듯…당정 거쳐 결론 전망
  10. 10국회 재경위 "종부세 개편 땐 임차인 세부담↑·수도권 집중 심화"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3. 3‘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4. 4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5. 5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6. 6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7. 7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최대 12배 웃돈 받고 되팔아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10. 10'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3. 3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4. 4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5. 5‘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6. 6‘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7. 7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8. 8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9. 9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10. 10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